‘사업실적 및 매출계획 공개 절대불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노텔네트웍스코리아·한국알카텔·어바이어코리아 등 다국적 네트워크장비업체 한국지사의 이같은 폐쇄적인 경영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상당수 해외업체 한국지사들은 본사 방침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국에서의 사업실적 대외공개를 회피하고 있다. 이는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해외선진업체의 기본원칙과 상충되는 자세지만 ONI시스템즈·파운드리네트웍스·시에나·엔터라시스 등 국내진출 일부 해외업체들이 최근들어 국내시장에서의 사업실적과 향후 사업계획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
게다가 국내시장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은 한국루슨트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사업실적을 발표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사업실적과 관련된 자료 요청이 있을 경우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한국화된 기업자세를 보여 시스코코리아와 노텔코리아는 물론 최근 루슨트로부터 분사한 어바이어 한국지사와도 차별화된 모습이다.
폐쇄적인 해외 장비업체들은 ‘주주들에게 투자의 혼선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업체 한국지사의 관계자조차 “국가별 사업실적을 정확히 공개한다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 투자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별 사업실적을 밝히지 않으면서 주주들의 혼선방지를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이중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외 장비업체들이 한국에서의 사업실적을 밝히지 않는 진짜 이유는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를 벌어가고 있는지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해외업체 한국지사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돈을 벌어가는 다국적 장비업체들이 영업비밀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업실적과 매출계획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내기업에 투명경영을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며 “이는 다국적 장비업체에 대한 거부감을 확대 재생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해외업체 한국지사장은 “국내 IT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해외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지사들도 이제는 폐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회사정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받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