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올바른 벤처산업 육성

 ◆도용환 STIC벤처투자 사장

지난 20여년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거시경제분석·기업분석·재무기획·펀드운용·투자자문·인수합병(M&A)·벤처투자 등 금융산업의 전분야를 겪어 온 사람으로서 최근 벤처산업의 올바른 육성 방안에 대해 우리 경제계가 고려해야 할 거시적이고 현실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난 외환위기를 분수령으로 국내 경제 주체들, 특히 기업들은 두 가지 큰 변화를 이뤄냈다.

 우선 기업경영에 있어 위험(risk)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를 인지하게 됐다. 사실 외환위기 이전에 우리 기업 대부분은 위험이라는 요소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관행적으로 경영 행위를 해왔으며 외환위기를 통해 국제화(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거센 도전을 받고 상당수 회사가 중도하차하는 어려움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는 기업경영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다. 개별기업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실행과 부채비율 축소, 수익 중심 경영 등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 과거에 비해 기업 투명성이 상당히 진전됐다.

 둘째, 경제성장의 기본 틀이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 방식에서 처음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존하는 균형성장체제로 전환이 이뤄졌다.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는 부족한 자원 때문에 경제성장의 축을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적 성장 방식을 택해왔다. 당시 현실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불균형한 성장이 가져다 준 폐해도 적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나름대로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 많은 정책과 수단을 동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우리 경제구조가 근본적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고착돼 있었고, 무엇인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에는 금융시스템이 낙후돼 있고 단기효율 중심의 기업 관행으로 아무도 자신있게 나설 수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다. 외환위기는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그동안 우리 경제가 성장과정에서 키워 온 모순을 수면으로 끌어올렸고, 이 과정에서 타의에 의한 대수술을 통해서라도 제2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50여년간 승승장구하던 일본이 내재적인 변화가 필요하던 십수년을 자가당착과 자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점차 위기를 키워나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와 충분히 비교가 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중소기업은 언제나 중소기업일 수밖에 없다는 통념이 무너진 지금 우리 중소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한정된 시야를 세계로 넓혀 가야 한다.

 꿈도 달라야 하고, 안목도 달라야 한다. 국내 시장을 통해 성장하고 나스닥과 같은 세계적인 자본시장에 진출해 인지도를 키우고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을 키워 코스닥시장에 등록시킨다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사고와 안목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세계 시장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미흡했고, 또 체계적인 지원시스템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들이,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벤처산업이 지나치게 폄하되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일궈낸 균형성장의 열매인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세계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리에게는 참으로 훌륭한 기술과 잠재시장을 가진 유망기업이 많다. 이웃 강대국 일본은 이런 우리의 벤처기업을 부러워하고 있다. 흐뭇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