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동전화가입자 수가 1억4481만명을 넘어서 세계 1위 수요국으로 부상한 데다 지난달 8일부터 차이나유니콤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세계 주요 단말업체들의 시장진출 열기가 뜨거워지는 추세다.
또한 중국 정부와 산업계가 올해 자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점유율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해외, 토종기업간 전방위 경쟁구도가 형성될 조짐이다.
◇최강 기업의 방어태세=지난 88년 중국에 발을 들여놓은 모토로라는 14년여간 무려 35억달러를 투자, 중국 내 이동전화단말기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이미 1개 독자기업, 1개 주식유한회사, 8개 합작사, 26개 지사, 18개 연구개발센터를 운영중이다.
이에 힘입어 모토로라는 중국 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점유율 30%대를 유지하는 1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모토로라는 중국 내 이윤을 모두 중국에 재투자하고 부품 현지구매체계를 갖추는 등 토착화에 기반한 기업으로서 최강의 시장방어선을 세웠다.
노키아도 85년 이후로 7개 현지 생산공장을 확보하고 연간 중국지역 매출 12억달러 기업으로 부상했으며 지멘스도 93년부터 11억달러를 투자해 이동통신시스템과 단말기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지멘스는 중국 다탕전신과 함께 시간·코드 동시분할다중접속(TD-SCDMA)방식 3세대 이동통신을 개발중인 데다 7개 중국기업과 무선인터넷서비스 제휴를 맺는 등 차세대 이동통신시장까지 선점하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진군=차이나유니콤의 CDMA서비스를 겨냥한 한국기업의 시장진출 열기가 뜨겁다.
우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00만대 이상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춘 현지 합작공장을 세우고 CDMA단말기 개발·생산·판매에 돌입했다. 세원·맥슨텔레콤, 팬택·현대큐리텔, 텔슨전자 등 굵직한 중견기업도 중국기업과의 CDMA단말기 공급계약에 성공했다.
중국 이동통신시장의 주력제품인 유럽형 이동전화(GSM)단말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고가 브랜드로 정착했으며 LG전자·팬택·세원텔레콤의 진군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기업의 도전=중국의 이동전화단말기 토종 브랜드는 빈약한 생산규모, 재료 부족, 낮은 기술경쟁력과 지명도로 말미암아 시장점유율 10% 이하였다. 공장가동률도 50% 이하로 떨어져 중국 정부의 산업부양정책에 역행했다.
그러나 중국기업이 2002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중국기업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심포지엄’에서 토종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목표치를 30%로 잡았다. 내년에는 시장점유율 50%도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자신감은 중국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산업이 초기 투자단계를 지나 고비용구조가 해결됐고 생산규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전격적인 제품가격 인하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에서 비롯되고 있다. 아직 품질과 마케팅 능력이 해외기업보다 뒤지지만 저렴한 가격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중국 내 이동전화단말기 판매량 1, 2위를 다투는 모토로라와 노키아가 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기업들이 CDMA 초기시장을 발판으로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기업들의 ‘이동전화단말기 인해전술’이 변수다. 저가 물량공세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시장지배력을 넓혀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저가 단말기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고가 브랜드 정책을 고수하는 게 한국산 단말기의 중국시장 성공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