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내용 및 시행에 따른 과제=EU가 마침내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칼’을 빼들었다.
EU가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소프트웨어와 게임, 음악 등 무형의 디지털 콘텐츠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제품 거래까지 찾아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처는 세금부과에 예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도 전체 전자상거래 금액의 약 90%를 차지하는 기업을 제외한 채 일반 소비자로만 국한하고 있다.
EU의 이번 결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국제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세금을 부과할 때 통일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과세징수 권고방침’을 확정한 후 현재 이를 위한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는 명문에 불과할 뿐 전자상거래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데는 앞으로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선 EU 소비자들과 미국 등 해외업체들이 인터넷에서 제품을 사고 판 내용을 자발적으로 신고해야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반발도 큰 부담이다. 미국은 EU의 과세가 결과적으로 외부 기업을 차별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OECD의 최종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과세조치를 연기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결정 배경=EU의 이같은 조처는 최근 눈덩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대미국간 전자상거래 무역역조를 좁히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난 2000년 미국업체들은 유럽시장에 약 7억달러에 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 반면 유럽업체들의 대미국수출은 10분의 1 수준인 70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기업들은 또 지난해 약 35억달러로 추산되는 유럽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등 양 대륙간 무역역조는 개선되기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EU의 이번 결정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몰려들고 있는 미국제품으로부터 자국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이들 제품에 대한 세금부과가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EU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은 이번 조처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뿐더러 EU 내에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의 가격만 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