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출연금 과다산정?
‘그렇다면 최대 1조3000억원의 IMT2000 출연금이 과다산정됐다는 의미 아니냐.’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 있은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의 IMT2000 답변이 출연금 과다산정 의혹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이는 정통부가 IMT2000 허가와 관련한 주파수 수요 예측 실패를 자인하고 기존 사업자의 cdma2000 1x 서비스역시 IMT2000이라고 공인해준 데 대해 당시 상황에 정통했던 업계 관계자들의 이의제기다.
이날 정통부가 밝힌 주파수 수요 예측 실패 및 기존 사업자의 IMT2000 서비스 공인은 2㎓대역의 IMT2000사업자나 구성주주들이 출연금 반환 또는 삭감을 위한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 주목된다.
◇불량품을 고가에 팔았다?=‘IMT2000 허가는 주파수 수요 예측 실패에서 출발했고, 현 상황에서는 2기가에서 남은 주파수를 충분히 활용한 후 3기가로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정통부의 국회 답변은 엄청난 잠재적 폭발력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허가행정 이전에 이뤄진 정통부의 주파수 및 시장 수요 예측은 사실 IMT2000 출연금 산정의 기본자료로 활용됐을 정도로 IMT2000정책의 기본을 이룬 사항이었다.
특히 IMT2000 출연금 산정은 과거방식과 달리 주파수 및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철저히 정부에 의해 산정됐었다.
우리나라의 IMT2000 출연금 산정방법은 사업자의 15년간 예상매출액의 3%를 적용하는 방법과 주파수 시장가치(프랑스의 사례)를 함께 고려해 만들어졌다.
이 중 핵심을 이루는 15년간의 예상매출액 추정치는 업계가 제시한 것이 아닌 정부가 주파수 및 시장 수요를 근거로 마련한 수치였다.
정통부는 지난 2000년 7월 최종 확정한 IMT2000 정책방향자료에서 ‘IMT2000 수요는 올해부터 기존 이동전화를 대체하기 시작해 오는 2005년이나 2006년 누적손익분기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이 수치는 출연금 규모의 기본자료로 이용됐다.
이같은 전후사정때문에 업계에서는 정통부의 주파수 및 시장 수요예측 실패자인은 결국 출연금 산정방법의 오류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연금도 안낸 IMT2000사업자?=‘기존 이동전화사업자의 cdma2000 1x도 IMT2000서비스다’라고 공인해준 정통부의 답변 역시 문제투성이란게 IMT2000 법인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업계관계자들은 “IMT2000출연금은 단순히 할당받는 주파수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주파수와 그에 해당하는 역무의 복합체다”고 강조하고 있다.
2㎓대의 주파수(20M)를 할당하면서 최대 1조3000억원을 요구했던 것은 그 주파수 대역에서 IMT2000이란 역무를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게 통신업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정통부는 IMT2000 정책방향에서 800㎒대역의 사업자를 이동통신(셀룰러)으로, 1.8㎓대역의 사업자를 이동통신(피시에스)으로 칭했던 것과 달리, 2㎓대역 사업자를 이동통신(아이엠티이천)으로 정했었다.
이같은 역무명 하나 때문에 2000년의 IMT2000 출연금은 1조3000억원이었고 지난 96년 허가가 이뤄진 PCS사업권은 1100억원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누구든지 IMT2000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역무명 IMT2000의 사업자를 허가한 상태에서 기존 사업자도 IMT2000서비스 제공자라고 태연히 공인해 주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물론 한국산인 cdma2000 1x의 국제경쟁력을 위해 우리나라가 세계최초의 상용화국가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이같은 주장이 제시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업자의 입장에서 누구는 1조3000억원을 내고 사업권을 받고, 누구는 출연금 한푼없이 IMT2000서비스 제공자라고 공인받고 먼저 서비스를 허용받는다면 문제가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2000년 당시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초고속 이동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IMT2000을 허가했을 뿐, 단지 기존 대역의 주파수가 모자랐기 때문에 허가가 이뤄진 것이 아니었음을 지금이라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