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美 IT시장 진출 `타이밍`

◆조송만 누리텔레콤 총괄사장 csm@nuritelecom.com

 

 정보기술(IT)벤처의 해외진출은 올해 국내 IT업체들의 화두이며 가장 중요한 경영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의 열쇠는 바로 철저한 세계시장 환경 분석과 주요 국가별 마케팅 기법의 연구에 있다. 국내 많은 벤처기업이 미국·유럽·일본·동남아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시장을 위한 조직구조와 마케팅 방법 등 한국적 경영 패러다임을 그대로 세계시장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법인 설립 준비작업을 위해 미국 동부 및 서부지역을 다녀왔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IT기업의 현지 경영자들을 만나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듣고 돌아왔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진출한 일본시장과 새롭게 진출하고자 하는 미국시장은 또 다른 시장이었다. 미국은 바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시장의 침체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기업, 주식시장, 노동시장 모두 다 그렇다. 냉정한 시장의 원리가 존재할 뿐이다. 경제논리, 즉 기업 실적의 논리가 지배할 뿐이었다. 새너제이 기업들의 부침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시장상황에 따라 기업은 인력을 해고하거나 파산한다. 새너제이 원래의 황량한 사막의 모습만 보였을 뿐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초 생활비용은 가히 살인적이라고 한다. 해고되면 몇달도 살아남을 수 없는데 임대료, 차량유지비, 식대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근의 서부지역, LA 등으로 옮기거나 동부지역으로 이주하는데 이직률은 낮아지고 공실률은 반비례해서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원리, 노동과 고용의 유연성이 적용될 뿐이었다. 기존의 3분의 1 가격으로도 인력을 구해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노동시장은 치명적이었다. 물론 차츰 회복이 되겠지만 그전의 ‘거품시장’은 고용자나 피고용자 측에서도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원리에 따라 구조조정과 혁신이라는 자생의 치유시스템이 발달되어 있었는지, 거품의 시대를 반성하고 새로운 살 길을 찾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구조조정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일으켰고 동부 워싱턴DC 근교나 LA의 어바인 등과 같은 지역에 새로운 벤처타운을 형성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시장상황은 오히려 국내 기업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수인력을 상대적으로 확보하기 쉽고 관련업체와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9·11 테러사건과 경기의 침몰에도 여념없이 모두들 열심이었다. 세계적인 리눅스업체와 미팅이 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부득이 일요일 오후에 약속시간을 정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와 관계없이 일요일 오후에 상당수 인력들이 전략 미팅 및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경기침체와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도시근로자 역시 오전 7시만 되면 출근을 서두르는 근면함 또한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정부 차원에서도 투자유치를 위한 노력이 대단했다. 필자가 미국에 투자의사를 보이자 버지니아 주정부의 공무원은 일반적인 기업의 조세감면 방법 등과 같은 일반 공무원이 하는 일 외에도 당사의 AMR 솔루션을 직접 소개할 수 있도록 버지니아주 전력회사의 임원을 직접 불러 미팅을 주선하고 영업활동까지 지원하는 민관 협력체제를 갖춰 기업유치 활동을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IT산업은 여전히 희망이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희망을 갖고 내일은 기약하고 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시스템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술과 자본, 마케팅이 어우러져 기업이라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아직도 작동되기 때문에 미국은 기회의 땅인 것이다. 미국은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도전해야 할 거대시장이며, 지금이 IT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진출의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