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고개숙인 IPO시장 "섹스도 안팔린다"

 IT기업과 관련한 유럽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유럽의 인터넷 관련 기업 가운데 수익성이나 성장성 면에서 꿀릴 것이 없다고 자부하던 스페인의 한 성인용 미디어업체가 최근 IPO에 실패한 사실이 이 같은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프라이빗미디어그룹은 최근 독일의 나스닥 격인 노이어마르크트에서 주식을 공개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그룹은 지난 65년 설립된 성인잡지 및 영화제작 전문업체로 최근 유럽의 인터넷 열기를 타고 크게 성장한 기업이다. X등급 성인물을 제공하고 있는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는 현재 약 10만명의 유료회원이 가입돼 있으며, 매달 6000만페이지의 조회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이 회사가 지난 99년 미국의 나스닥시장에 상장됨으로써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지난 6개월간 별다른 IPO 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독일의 노이어마르크트로서는 프라이빗미디어그룹의 주식공개가 시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주식공개 규모가 5800만유로로 비교적 소규모인 데다 이 업체의 최대 유럽시장이 독일인 만큼 독일 투자자의 인지도 또한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이빗미디어그룹의 대변인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유럽을 통해 ‘독일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실망했으며, 현재와 같이 낮은 가격으로는 주식을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당분간 미국 나스닥시장을 통한 자금모집에만 치중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유럽 IPO 시장이 이처럼 소규모의 인터넷 관련 IPO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유럽 주식시장 전반이 IT 관련 산업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유럽 굴지의 IT기업 가운데 하나인 비방디가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라는 대형 투자은행을 주간사로 내세워 33억유로의 주식공개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점진적인 경기회복과 그에 따른 주가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유럽 IPO 시장이 예전과 같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