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성방송의 방송개시와 함께 D-VHS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난제중의 하나가 VCR를 대체할 마땅한 디지털 후속 타자가 없다는 점.
미 정부는 지난 97년 디지털 TV 방송전환 방침을 정하고 고해상도, 대형 스크린 포맷의 방송을 허용했다.
가전회사들은 현재 HDTV 수신 디지털 비디오 테이프 녹화기(D-VHS) 몇 가지 모델을 시판중이다. 그러나 이들 기기로도 최근 디지털 TV와 수신기로 방영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을 녹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D-VHS에 디지털 입출력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HDTV 녹화 과정에서 핵심 고리역할을 하는 것으로 없어서는 안되는 디지털 접속장치가 지원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HDTV 녹화에는 몇 가지 기술적 난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디지털 TV 신호는 수백만개의 미세한 색을 점으로 나타낸 데이터의 흐름이다. HDTV는 이런 데이터를 초당 18억 비트씩 쏟아내기 때문에 한시간 짜리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데 800Gb 이상의 저장용량이 요구된다. 가장 큰 개인 비디오 녹화기 용량의 7배나 되는 저장용량이 필요한 것이다.
방송사들은 실제로는 데이터를 원래의 디지털 신호로 전송하지 않고 압축시켜 초당 2000만bps이하로 데이터 스트림을 줄인다. 디지털 수신기는 이 압축 데이터를 풀어 스크린에 보낸다.
일본의 JVC는 최근 압축 HDTV 신호를 저장하는 디지털 VCR를 개발해 녹화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JVC의 이 D-VHS는 압축 데이터를 풀거나 혹은 압축된 데이터를 TV에 디지털 방식으로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시판중인 디지털 TV나 수신기는 압축 신호를 D-VHS 녹화기에 전달하는데 필요한 디지털 접속 장치인 파이어와이어(FireWire) 출력장치를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나올 위성과 케이블 박스 모델은 이 디지털 접속기기를 장착할 것으로 보이나 여기에는 호환성 등 또 다른 문제가 따른다. 호환 문제는 생산업체들이 디지털 접속장치 표준에 합의하면 사라질 것이나 표준이 나올 때쯤이면 HDTV용 디스크 녹화기가 개발돼 D-VHS가 필요없게 될지도 모른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