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졸업생이 취업전선에서 문전박대당하기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9·11 테러사태 이후 좀처럼 경기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도 최근 명문대를 제외한 지방대 졸업생이 취업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미국 중북부 오하이오주 지방에 있는 위텐버그대학 4학년생인 조디 잘라군(21)의 평균학점은 3.6. 잉글랜드에서 공부하고 몇몇 인턴과정도 이수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여느 시골 대학 4년생들과 마찬가지로 매번 입사시험에서 미끄러지기 일쑤다.
심리학과 졸업생인 잘라는 최근 몇몇 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까지 봤지만 정작 오라는 데는 한 군데도 없다.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 소비자들의 제품구매심리를 파악하고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앞다퉈 선배들을 스카우트해가던 시절은 추억거리로 됐다.
매번 입사시험에서 미끄러진 잘라는 ‘준비된 직장인’으로서 입사에 최선을 다했다며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대졸 미취업자와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전미산학협회가 미국 전역 237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미 기업들의 대학 졸업생 신규 채용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당연히 기업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대학을 돌며 인력 스카우트에 나섰던 취업설명회도 가뭄에 콩나듯 줄었다.
우리나라 지방대생도 그렇듯 학점과는 관계없이 단지 지방대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는 미국 지방대생들도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다른 공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미산학협회에 따르면 대졸자의 취업난이 특히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통신, 자동차, 기계장비제조, 금융서비스부문이다.
미국의 20∼24세 청년 실업률은 2000년 12월 6.9% 수준에서 지난해말에는 9.6%로 껑충 뛰었다.
취업재수생인 경영학 전공의 로버트 캔디지군도 현재 웨이터로 일하며 계속 마땅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캔디지군은 “당분간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듯싶다”며 “취업이 활성화하지 않아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사태가 이쯤 이르자 미국대학의 취업실 관계자들은 얼어붙은 취업전선에 대처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위텐버그대학은 대학 방문계획을 취소한 기업을 대상으로 모의면접만큼이라도 실시해달고 설득하고 있는가 하면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대학은 학생들의 이력서를 검토해 자신을 더 잘 나타내도록 보완해주는 ‘이력서 심사’를 통해 기업들의 ‘관심끌기 작전’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가 하면 오하이오주립대는 경제학 전공 학생들을 뉴욕으로 데려가 투자은행 관계자들과 면담을 주선하는가 하면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은 특정 분야 전문가 30여명을 초청해 학생들과의 면담을 갖는 ‘결연의 밤’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좀더 적극적인 대학들도 있다.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학은 신문에서 계약수주에 성공한 기업들을 파악, 새로운 일자리가 있는지 문의해 학생의 취업을 돕고 있으며 노스캔턴의 웰시대학은 인근 ‘TGI 프라이데이’를 임대해 기업체 인력채용 담당자들을 초청하는 ‘TGI 프라이데이’ 취업박람회를 열고 있다.
취업난은 우리나라처럼 명문대의 비인기학과 출신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코넬대학은 90년대 졸업생을 초청해 ‘불경기 일자리 잡기 비결’에 대해 졸업 예정자들과 대화시간을 갖는 선후배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 대학졸업생으로 졸업후 임시직을 몇차례 전전하다 8개월 뒤 뉴욕의 한 인터넷 마케팅업체에서 일하는 앨릭스 루이스군은 “팔짱끼고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나타나기만 기다리기보다 임시직이라도 잡는 게 훨씬 낫다”고 충고했다.
샌타클래라대학 취업센터 앤디 시펄리 소장은 “오늘날 일자리 찾기가 특히 어려운 지역이 바로 실리콘밸리”라며 “기업에 샌타클래라대학 졸업생들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트릭C기자 patric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