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대기업들 묻지마 벤처투자 낭패

대기업들이 벤처호황기에 멋모르고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명공학업체인 임클론시스템스의 몰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이 회사에 12억달러를 투자한 것과 관련, 투자시점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는 임클론의 직장암 치료제 어비툭스의 약효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지난해 10월 주당 70달러에 임클론 지분 19.9%를 인수했다. 당시 주당 70달러였던 임클론 주가는 현재 20달러선을 밑돌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는 임클론 주가가 폭락한 뒤에도 투자 배경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제약업체 관측통들은 브리스톨이 황금시장인 암치료제 시장선점에만 집착한 나머지 FDA 등 다른 기관이 지적한 어비툭스와 관련한 문제를 처음부터 무시했거나 실수로 이를 소홀히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임클론 사례는 아무리 정보수집능력이 탁월한 기업이더라도 철저한 검증없는 생명공학업체 투자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브리스톨이 임클론에 투자해 날린 돈은 자그만치 6억5000만달러. 벤처기업의 기술력만 믿고 시장성 분석을 소홀히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에는 큰 교훈이 된다.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통신 및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가치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1월에서 9월까지 57억달러를 손실을 입었다. 인텔도 벤처투자 손실액이 6억3200만달러에 달했다. 기업들이 설립한 많은 벤처펀드들이 엄청난 자금을 이 ‘블랙홀’에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벤처투자소식지인 코포리트벤처링리포트지에 따르면 미국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무려 95억달러의 벤처투자를 손실로 처리해 장부에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전문체인인 스타벅스와 온라인상점인 아마존닷컴의 경우 리빙닷컴 및 코스모닷컴 등 인터넷기업에 직접 투자했다가 이들 업체가 도산하는 바람에 투자분을 날렸다.




 파산보호 신청과 회계부정에 대한 수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엔론의 벤처투자창구인 엔론브로드밴드벤처스는 지난 2000년 IAM닷컴을 비롯한 18개 인터넷 콘텐츠업체에 1억달러를 투자했으나 파산으로 투자회수가 불투명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인 벤처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글로벌크로싱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글로벌크로싱벤처스는 지난 2년간 15개사에 1억달러를 투자했으나 2건의 주식공모를 완료하는 등 일부 성공을 거뒀지만 나머지는 주로 통신, 광섬유 등 아직 침체에 빠져있는 업종에 투자해 실패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벤처투자 자회사의 문을 닫거나 분사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컴팩컴퓨터는 벤처그룹을 해체해 투자결정을 개별 사업부서로 이관했으며 로이터통신도 벤처그룹을 분사시켰다. 또 자금난에 몰려있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벤처자회사 지분의 80%를 영국의 투자회사인 콜러캐피털에 매각해 1억달러를 조달했으며 AT&T, 뉴스코퍼레이션, 프리미디어RSA증권 등은 벤처투자 자체를 포기했다.




 벤처투자가 갖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벤처투자를 하고 투자철회 결정에 저항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가격이 낮을 경우가 투자의 최적기라는 것이다. 신생업체에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경향이나 기술, 그리고 미래의 경쟁자에 대해 초기부터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경영 컨설턴트 및 기업 임원들은 벤처투자가 장기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인텔의 수석부사장이자 벤처투자 자회사인 인텔캐피털의 레슬리 바다스 사장은 “과거에는 물건을 만든 뒤 파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오늘날은 시장개발을 위해 벤처투자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지난 99년 5월 칩 개발을 위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도록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인텔64펀드를 설립했다.




 ‘벤처기폭제’란 책의 저자이자 컨설팅업체인 오이스터인터내셔널의 도널드 로리 회장은 “기업들이 ‘벤처투자를 해야 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유기적인 성장과 인수라는 전통적인 수단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기존 벤처캐피털업체에 투자하는 대신 고유의 전략적 목표에 잘 들어맞는 유형의 투자모델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패트릭C기자 patric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