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식(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yonspark@pdmc.or.kr)
법률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존재해왔고 오늘날에도 각국의 법률은 그 나라의 문화 등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며 변화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거 생각할 수도 없었던 IT산업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각종 법률이 제정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IT산업과 관련된 법률을 살펴보면, 정보통신기반보호법·정보화촉진기본법·전기통신기본법·과학기술기본법·벤처기반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 등 100개가 넘는 입법이 이루어졌고, 행정적으로도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매스컴과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IT산업과 관련한 입법·정책이 종합적인 추진체계를 갖추지 못해 업무가 중복되고, 정책이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IT관련 법률의 제정에 관한 세계 주요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우선 미국은 91년 12월 9일 ‘High-Performance Computing Act of 1991’을 제정해 범부처적인 IT분야 R&D 등을 규율·조정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상·하 양원의 각종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IT관련 법안은 무려 500여건에 달해 지금까지 미 의회가 인터넷 등 IT관련 정책을 단순히 시장논리에 의존하려 한다는 기존의 평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2000년 12월 19일 ‘고도정보통신네트워크사회형성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가 주도적으로 IT산업정책을 관장하도록 함으로써 IT산업을 집중 육성·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e-European Union’계획을 수립해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협력, IT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식정보강국 구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반으로 국가 초고속통신망을 예정보다 2년 앞당겨 구축했고, 최근 우리나라의 IT산업은 98년 이후 연평균 19.1%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국민경제의 13.4%를 차지하는 중점산업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IT산업을 기반으로 한국이 세계 속의 IT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선진국의 입법례와 같은 IT기본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국가적 차원의 IT산업발전기본계획이나 통합적인 정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중복적이고 산발적인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정보기술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IT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투자의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입법례를 참조해 IT기본법을 제정하되 특히 우리나라 IT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관련 법률의 인프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IT기본법(안)에는 IT산업의 발전목표 및 정책의 기본방향, 정보기술교육 및 IT전문인력양성에 관한 사항, IT기업의 창업과 성장지원 및 IT기업의 해외진출지원 등을 포함하는 IT산업발전기본계획의 수립, 민간부문의 창의성과 활력을 정부정책에 반영하고 정부와 민간의 가교역할을 수행할 IT산업자문회의(가칭)의 설치, 정부부처간 유기적인 협조체제의 구축을 위한 범정부적 IT산업발전위원회(가칭)의 구성, IT제품과 서비스간의 효율적인 운용 및 정보의 공동활용 촉진을 위한 정보기술표준의 제정,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IT 신제품 및 신기술에 대한 인증제도의 도입, IT전문인력 양성시책의 수립 및 전문양성기관의 지정,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IT기업의 창업활성화 시책 및 IT유망중소기업의 지정, IT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이 두루 포함돼야 할 것이다. 덧붙여 향후 남북한간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남북간 IT분야의 교류·협력도 규정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미 미국·일본·EU 등 세계 선진국들은 IT산업의 발전만이 글로벌 시대의 세계경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척도임을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장치를 마련했거나 이의 제정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대세에 발맞춰 IT강국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IT산업정책의 효율을 극대화할 IT기본법의 제정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