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이동전화 선불카드제 `합법성` 놓고 논란

 

 선불카드를 통한 다단계식 이동전화 마케팅이 가입자의 입소문과 스팸성 e메일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다단계식 이동전화 선불카드제가 이동전화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종 마케팅 기법인지, 아니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과 방문판매법에 위배되는 방식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같은 마케팅 기법이 소비자 저변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 반해 다단계식 이동전화 선불카드제 합법성 및 타당성에 대해 명확한 법적 해석이 없어 정책당국의 조속한 유권해석이 요구된다.

 ◇다단계식 이동전화 선불카드제란=이동전화사업자 및 별정통신사업자로부터 판권을 획득한 다단계업체가 이동전화사업자로부터 선불카드를 45% 가량 싼 가격으로 다량 구입한 후 저렴한 통화료를 활용,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다단계업체는 원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선불카드를 유통시키고 또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회원에게 선불카드 판매금액의 10% 가량을 환급해준다.

 이동전화 선불카드를 활용하면 소비자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외국인이나 대형 행사시 통신수단 등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와 청소년, 노인층 등 소액사용자의 경우 효과적으로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이동전화사업자 대부분이 시행중=국내 대부분의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이같은 방식의 마케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유통되는 선불카드는 016·018 통화카드로 이미 20만명 이상이 KTF를 선불요금카드를 구입해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F(대표 이용경)는 별정통신사업자인 대우정보통신에 판권을 부여했으며 다단계 판매회사인 나라콤이 판권을 양수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K텔레콤(대표 표문수)의 경우 합병 이전의 SK신세기통신이 이같은 방법으로 영업을 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최근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LG텔레콤(대표 남용)도 최근 암웨이·SMK 등 다단계 업체를 통해 유통중이다.

 ◇문제점은 없나=이동전화 선불카드제는 통화료 할인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통신사업법 및 방문판매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선불카드를 할인해서 유통하는 것은 이용약관에 없는 요금감면 행위로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반이라는 시각이 있다. 다단계 회원 가입자에게 수수료와 별도로 이용료를 추후 환급해주는 것은 수납요금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계약관계에 있는 통신사업자의 영업이익에 기인한 점을 감안할 때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동전화의 경우 선불 요금카드를 다단계 조직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카드 판매시 필수적으로 특정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방문판매법이 금지하는 다단계 조직을 이용한 용역 제공의 위탁·알선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동전화대리점 관계자들도 다단계식 이동전화 선불카드제는 편법 요금할인으로 기존의 유통질서를 흐리는 등 문제가 많다며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불카드로 이동전화를 사용하려면 현재 가입한 이동전화를 해지한 뒤 신규 가입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도록 돼 있다.

 ◇정책 당국의 명확한 해석이 시급=통신위원회(위원장 윤승영)는 이동전화선불카드에 대한 조사에 착수, 관련 자료를 수집중이며 향후 문제점 등을 판단해 규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동전화 선불카드제에 대한 정책 당국의 명확한 판단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선불카드를 통한 가입자가 많아진 후에 불법 판단이 내려지게 되면 이미 가입한 사용자는 할인혜택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들의 당초 가입 의도와 정반대되는 것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이같은 마케팅이 계속 확산될 경우 기존 유통조직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선불카드를 이용한 이동전화 마케팅이 위법의 소지는 없는지, 사회 정서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정책당국의 조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