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선인터넷분야 `고속 질주`

 전통적으로 GSM을 앞세운 유럽이 강세를 보였던 이동통신 분야 기술경쟁에서도 최근 미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음성 위주였던 2세대(G) 휴대폰이 데이터통신(인터넷) 기술과 결합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는 최근 2∼3년 동안 미국 업체들이 속속 선발 유럽의 경쟁회사들을 따돌리고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http://www.wsj.com)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휴대폰을 통해 각종 멀티미디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바 기반 통신용 프로그램은 전세계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다투어 채택, 이미 차세대 (2.5G 및 3G) 이통분야의 ‘사실상(de facto)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자바를 사용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한번 인터넷 통신망에 접속하면 24시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최근 전세계 이통 가입자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이 자랑하는 WAP 프로그램은 음성통신을 할 때는 인터넷 접속이 끊어지는 등 데이터통신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부실, 본고장인 유럽 이통 가입자 사이에서도 외면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국 이통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도 자바를 기반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픈웨어시스템스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웹브라우저 사장에서 독주하면서 제2의 넷스케이프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전세계 간판 이통 및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투자도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 있는 무선인터넷 창업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루버그에 따르면 전세계 벤처캐피털이 최근 2년 동안 미국 무선인터넷 회사에 121억달러의 창업자금을 지원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유럽 업체에는 4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키아와 에릭슨, 지멘스 등 유럽 휴대폰 업체들이 조성한 벤처펀드들도 최근 유럽보다 미국 업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억5000만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노키아의 마티말카 파트너(심사역·이사)는 “지금까지 약 30개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미국 업체들이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