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사업자간에 보다 저렴한 요금의 국제전화 트래픽을 모아 다시 중계하는 이른바 홀세일(도매)사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홀세일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주요 별정통신업체는 최근 사업자간에 주고받는 홀세일 트래픽 물량이 줄면서 매출 축소는 물론 전체적인 사업 규모 위축에 크게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사업자간 요금경쟁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던 별정통신사업의 근간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1∼2년 지속되고 해당 사업자가 새로운 사업 방향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아 특히 주목된다.
◇왜 이런가= 별정통신업계에서는 이 같은 홀세일사업 난항의 주원인을 사업자별로 자체 해외 노드 구축이 용이해진 점과 국제전화요금의 바닥권 형성에 따른 홀세일 요구 잠식을 들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IP망 활용 및 국가간 연동이 훨씬 용이해진 상황에서 굳이 국내 사업자간에 트래픽을 돌리고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해가려는 사업자 인식이 크게 확산된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싸게 받아서 비싸게 보내야 하는 센트(cent) 장사가 거의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 홀세일 트래픽 축소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업자들별로 약간씩 편차가 있지만 많이 줄어든 경우 전체 홀세일 트래픽의 20% 가량이 축소되는 상황을 겪는 업체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최근 별정통신사업자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 음성데이터통합(VoIP) 망 활성화도 홀세일 트래픽 축소에 일조하고 있다. 국제통화를 VoIP로 처리할 경우 이전 국제음성전용선을 통한 통화료 원가보다 훨씬 저렴한 통화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홀세일 루트 찾기보다 저렴한 VoIP 망 뚫기에 보다 열의를 나타내고 있다.
◇대책과 전망=홀세일과 함께 별정통신영업의 또 다른 바퀴라고 할 수 있는 리테일(소매)사업도 위기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용 리테일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최근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인터넷전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의 대안으로 별정통신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에 VoIP사업의 전략적인 병행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이미 주요 사업자가 VoIP사업에 발을 담근 상태고 대부분 중소업체도 신규사업 형태로 인터넷전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VoIP사업을 진행 중인 한 업체의 사장은 “기존 사업을 백지화하고 VoIP 전문사업자로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신규사업 형태로 VoIP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며 “누구나 하는 VoIP가 아니라 그 나름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갖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홀세일사업 위기에 맞서 해외 통신사업자와의 사업공조 확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 통신사업자의 국내 착신호를 수동적으로 받는 것보다는 해외로 가는 국제전화호를 많이 끌어와 이를 제3국 종착지로 보내는 트랜지트사업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