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노키아와 한국의 삼성이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도한 양대 기업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유럽은 세계적 휴대폰 제조기업 가운데 지난해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이 상승한 기업은 노키아와 삼성 두 기업뿐이라고 시장조사기업 스트레터지애널리틱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삼성은 미국과 유럽의 거대 휴대폰 제조기업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고가 휴대폰 시장공략에 성공, 일약 세계 시장점유율 3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이 2위 모토로라를 추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부정적이어서 세계 휴대폰 시장의 현구도가 급격히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계 휴대폰 제조기업들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2000년 4분기에 급증한 재고물량으로 대소매상 휴대폰 출고물량이 전년에 비해 5%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휴대폰 판매 대수가 전년에 비해 8%나 증가한 4억대에 이르렀음에도 대부분의 휴대폰 제조업체가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스트레터지애널리틱스는 분석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노키아의 세계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31%던 이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지난해에는 36%까지 상승했으며, 20%에 이르는 높은 영업수익률 또한 별다른 시장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수치는 노키아가 이미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부동의 1위를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노키아의 최대 강점은 막대한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이런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규모의 이익을 향유한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많은 전문가는 노키아와 같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않고서는 격화되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의 약진은 이 같은 예상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규모에서 밀리는 후발업체도 고가시장을 집중공략해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은 2000년 5%에 불과하던 세계 시장점유율을 7%까지 끌어올려 노키아·모토로라에 이은 세계 제3위의 휴대폰 제조업체로 도약했다. 더욱이 15%에 이르는 높은 영업수익률을 유지함으로써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대다수 휴대폰업체를 놀라게 했다.
물론 삼성이 곧바로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현재 세계 2위인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이 15%라는 점에서 아직도 삼성과는 많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의 시장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스트레터지애널리틱스의 크리스토퍼 암브로시오는 “삼성이 모토로라의 현 시장점유율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대중형 휴대폰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 삼성의 제품군만 갖고는 비약적인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대다수 휴대폰 제조업체는 삼성의 고가시장 공략 전략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의 대규모 적자와 그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올해마저 수익창출에 실패할 경우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니에릭슨과 같은 휴대폰 제조업체는 벌써부터 삼성의 전략을 모방, 유럽에서 최초로 컬러스크린을 부착한 휴대폰을 선보이는 등 고가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다.
스트레터지애널리틱스는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이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일 올해 시장이 예상대로 성장한다면 그것이 노키아처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선발주자들의 몫이 될지, 아니면 삼성처럼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온 여타 업체의 몫이 될지가 업계 최대의 관심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