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총무인사본부 겐이치 후쿠나가 부장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북미시장에 X박스를 발매하며 게임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함에 따라 세계 게임기 시장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닌텐도, MS 등 3대 메이저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이런 세계 시장 변화에 따라 그동안 북미,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주도권 쟁탈전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소니는 한국시장을 겨냥,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22일 발매, 발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PS2는 지난달 말까지 무려 2633만대가 판매된 전세계 게임기 시장의 맹주. 소니 총무인사본부의 겐이치 후쿠나가 부장으로부터 소니가 보는 한국시장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한국의 게임 시장 규모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PS2의 예상 판매대수는.
▲한국은 PC게임과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가 크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아직 발달해 있지 않지만 결국은 같은 게임 시장인 만큼 가정용 게임기 시장도 이에 못지 않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본사와 한국 현지법인은 3월말까지 약 15만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시장이 없는 ‘제로’의 상황에서 출발,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해가 될 것이다. 내년부터 판매가 본궤도에 오르면 10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
―현지 게임 개발사와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하는지.
▲소니는 현지 게임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미국에선 미국 개발사, 유럽에선 유럽 개발사, 국내에선 일본 개발사가 내놓은 게임이 각각 인기가 높다. 현재 홍콩, 대만에선 일본 게임을 주로 발매하고 있으나 한국은 이들 지역과 달리 미국과 유럽 방식을 따르게 될 것이다.
소니는 단지 한국 현지시장내 성공뿐만 아니라 PS2의 콘텐츠 강화 측면에서 한국 게임 개발사와의 관계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네트워크 게임 분야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 PS2도 앞으로 네트워크 기능을 대폭 강화해 나갈 예정이며 여기에 한국내 게임사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양쪽 다 시너지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한국 게임사는 단지 현지 파트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게임의 미국, 유럽,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한국내 PS2 공급가가 높게 책정된 데다 신작 타이틀이 부족하고 현지법인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본사의 의사소통이 원할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소니가 한국내에 기반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소니가 게임기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와 미국, 유럽 시장에 진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니는 지금까지 도매점을 통한 유통이 아닌 소매점과의 직접 거래를 통해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소니는 도매점을 통하면 사용자들의 수요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유통정책을 줄곧 고수해왔고 또 성공해왔다. 본사는 한국에서도 이런 모델이 성공하리라 믿고 있다. 다만 한국내 현지법인이 현지 상황을 중시하는 모습이 갈등으로 비쳐졌던 것 같다.
또한 PS2의 공장 출하가격은 어느 나라나 같다. 지역별로 인건비 등 각종 비용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대신 게임 소프트웨어 가격은 한국에서 1000엔 정도 낮춰서 발매할 것으로 안다. 최초 발매되는 20개 타이틀은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좋은 호응을 얻은 것들로만 구성했다. 당연히 신작보다는 히트작 위주다. 하지만 KOEI나 EA 등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 파트너들을 통해 조만간 신작도 한국에 선보일 것이다.
―PS2의 강점을 꼽는다면.
▲게임기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있다. 소니는 일본 208개사, 북미 347개사, 유럽 281개사 등 총 836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사와 라이선스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PS2용 타이틀만 일본 400개 타이틀, 북미 220개 타이틀, 유럽 183개 타이틀(이상 2001년말 현재)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라이선스사 목록에 한국도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