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22일 임시 전체회의를 열어 신임 방송위원장에 강대인 부위원장을 선출함에 따라 지난달 김정기 전 방송위원장 사퇴 이후 한 달 동안 표류해온 방송위원회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됐다.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위원장 자리가 한 달이나 공석있던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뒤늦게나마 강 위원장 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21세기에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등 급격한 방송 환경의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에서도 이런 방송산업의 중요성을 깨달아 방송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합의행정기구로 지난 2000년 3월 방송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출범 2년 만에 ‘지상파방송 재송신정책’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하고 말았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새로운 선장을 맞아 다시 한 번 힘찬 항해에 나선 것이다.
신임 강 위원장이 가정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방송계를 극심한 혼란과 대립으로 몰고 간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다. 새 방송위원장 체제가 통과해야 할 첫번째 관문인 셈이다.
방송위가 이 첫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 시험대는 지상파방송의 재송신에 대한 입장 차이로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자와 지역민방사업자·케이블방송사업자 등 모두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들은 최악의 경우 총파업과 지상파방송 재송신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도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만족하지 못할 경우 방송계가 또다시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과정에서 방송위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다.
김정기 위원장이 방송채널정책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방송위는 9명의 위원이 모두 연대 책임을 지도록 구성된 합의행정기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임 강 위원장을 포함해 나머지 8명의 위원이 지난 2년간 방송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논의하고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김동선 전 정통부 차관 1명이 새로운 방송위원으로 영입된 방송위원회를 새 부대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위원장이 바뀌어도 여전히 과거의 관습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지금 강 위원장 체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방송채널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 이전에 방송위원 스스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인물들이 그대로 과거의 관행을 따른다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 위원장을 중심으로 방송위가 과거의 모습을 과감히 벗어 버리고 방송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변화된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김병억 문화부 부장대우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