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최대 유닉스 서버 업체인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이하 선)가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지 꼭 만 20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82년 2월 24일(현지시각) 창설된 선은 20년이 지난 현재 연 매출 182억달러(2001년 기준)에 전세계 직원만도 4만3600여명(2001년 8월 기준)에 달하는 세계적 IT업체로 성장했다. 85년 이래 장장 16년간이나 선의 CEO를 맡고 있는 스콧 맥닐리를 전자우편으로 만나, 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선이 지난 20년 동안 세계 컴퓨터 산업에 미친 영향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보다도 먼저 네트워크 컴퓨팅 비전을 제시, 세계 컴퓨터 산업을 리드해왔다. 또 비즈니스 발전을 이끈 많은 기술적 혁신들(technical innovations)을 제공, 명성을 얻어 왔다. 그리고 공개형 표준과 공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결코 흔들린 적이 없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개방성-82년 선이 시작될 때 새롭게 형성한 개념-이 여러 면에서 비즈니스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개방성은 우리와 모든 여타 기술 제공업체들에 더 큰 시장을 창출해왔으며 우리 고객들에게 효율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했다. 본인을 비롯해 선에 몸담고 있는 모든 임직원들은 선이 지난 20년간 많은 분야에 있어 지구촌 사람들의 삶과 생활을 질적으로 높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작년 이후 몰아닥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침체로 선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앞으로 20년후 선의 모습을 그린다면.
▲20년이라는 물리적 시간동안에는 엄청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갓 태어난 워크스테이션 회사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강력한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는 업계 선두업체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빠른 변화가 표준이 되었으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 우리의 제품과 회사 전체를 재투자해 오는 20년후에 세계적 업체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선의 경쟁제품인 윈도NT와 리눅스가 서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우리는 리눅스를 경쟁제품으로 보기보다는 보완제품으로 본다. 실제 선은 당분간 리눅스가 운영되는 단일 목적(single-purpose) 서버 어플라이언스(예:코발트 라인)를 판매할 예정이며 최근에는 일반적 리눅스 서버 라인도 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어플라이언스와 엔터프라이즈용 웹 시장에서는 분명히 리눅스가 차지할 자리가 있다. 선은 항상 리눅스를 좋아했다. 리눅스의 오픈 소스 코드는 호환성과 상호 운영성의 수준이 발전되도록 보장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준다. 선은 누구나 소스 코드를 볼 수 있는 개념인 오픈 소스 커뮤니티의 지대한 공헌자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IBM 등에 비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부족해 ‘80년대의 애플’이라는 달갑지 않은 명성을 얻고 있다. 이에 동의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들은 매우 다양하다. 우리의 하드웨어 라인은 1000달러미만의 울트라신, 랙마운터블 서버로부터 시작해 1000만달러 수준의 컨피큐레이션을 갖춘 대규모·고통합(high-integrity) 시스템에 이르기 까지 폭 넓다. 또 우리의 소프트웨어 라인도 개발 툴을 비롯해 전자상거래를 가능케하는 모든 범위의 구매·판매·과금·거래·협업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하다. 선의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은 다양한 플랫폼 위에서 구현되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선이 내세울 수 있는 특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제공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일부 하이테크 회사들이 하듯이 고객들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스템통합업체나 서비스 제공업체가 아니다. 우리는 단지 고도의 신뢰성과 확장성을 갖추고 쉽게 통합이 가능한 우수한 제품만을 판매할 뿐이다.
-선의 최대 고객인 닷컴기엄의 몰락으로 지난해 어려움이 많았는데 올해는 어떻게 시장에서 대처할 것인가.
▲그렇다. 사실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통신 및 금융 분야가 갑작스레 찾아온 경제 위기로 상당한 타격을 받아 우리도 어렴움이 많았다. 이에 따라 우리는 통신과 금융이 아닌 기타 시장들, 즉 공공·건강(헬스케어)·소매 등의 시장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분명히 우리는 많은 닷컴 기업고객들을 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쟁사에 빼앗긴 것은 아니다. 닷컴 기업들이 IBM이나 HP로 간 것이 아니라 그저 사라진 것뿐이다. 단지 경쟁사들이 우리보다 타격을 덜 받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처음부터 인터넷의 성장에 전폭적으로 참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거래하는 건마다 경쟁사들을 능가하고 있다. 선은 광범위한 산업과 지역에 걸쳐 전세계 포천 1000 고객들의 다양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기업 전산시스템의 처음과 끝(엔드-투-엔드)을 커버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선이 현 경쟁 침체에서 벗어나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는 걸 앞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선의 로드맵(제품 출시 계획)과 고객들이 주목해야 할 제품은.
▲우리는 고객에게 엔드-투-엔드 IT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거대 ‘웹톤 스위치(Webtone switch)’라고 부른다. 고객은 선으로부터 완벽하게 통합된 전체를 얻거나 기타 업체(벤더)들의 제품과 우리의 제품을 함께 엮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제품들만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고객들을 제한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선택의 자유, 바로 그 점이 고객들이 주의를 기울이기 바라는 부분이다. 절대 갇히거나 제한하지 말라.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당신의 유연성과 능력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올해에도 전통적인 서버 사업을 포함해 스토리지와 리눅스 그리고 IT서비스 사업 등을 강화할 것이다.
-16년간이나 선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이라도 있나. 그리고 경영철학은.
▲나는 내가 믿고 사랑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오랫동안 CEO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다. 나는 모든 선의 직원들도 나와 같이 느끼기를 바란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다. 열정은 전염된다고 생각한다(Enthusiasm is contagious). 그것이 나의 경영 철학이다.
-세계 IT경기 회복 시기에 대해 각계 전문가마다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당신의 견해는.
▲대부분 그렇듯이 나도 올 하반기부터 세계 IT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과 같은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또 올 한해 컴퓨터업체들의 경쟁도 그 어느때보다 극심할 것이다. 사실 네트워크라는 명제는 무시하기에 너무 강력하다. 네트(Net)는 재고정리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비즈니스 단계에 해당하는 보다 비용 효율적인 방식들을 제시하며, 공급망 전반을 포괄한다. 이때문에 나는 앞으로의 IT산업 전망이 밝다고 본다.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벤처가 희망임이 틀림없다. 한국의 벤처 CEO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선도 20년 전에는 일개 벤처회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벤처정신’으로 무장해있다. 이러한 정신이 선을 네트워크 시대의 선두 주자로 만들 것이며 또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누구나 많은 문제들과 위기에 직면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와 고난 없이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나는 한국에 있는 벤처회사들이 매우 우수한 기술들을 갖추고 있으며 또 ‘벤처 정신’이 충만하다고 알고 있다. 신념과 비전을 갖고 한계단 한계단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어느 회의실에서 여러분들과 내가 ‘리더’의 자격으로 IT 트렌드와 비전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확신한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스콧 맥닐리 약력
1954년 11월 13일 출생
1972년 하버드대 입학
1976년 하버드대 경제학 학사 졸업
락웰인터내셔널 공장 매니저
1978년 스탠퍼드대 입학
1980년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졸업
FMC(연수)/오닉스 근무
1982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생산담당 부사장
1984년 2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사장
1985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겸 CEO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