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물류 e비즈` 과제

 ◆문수동 대신정보통신 모바일사업본부장 sdmoon@dsic.co.kr

 정보기술(IT)이 모든 산업의 지식경영 인프라로 등장하면서 전통산업 전반에도 경영환경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e비즈니스가 기업경영의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수주에서 제조, 납품에 이르기까지 종전 오프라인 채널은 힘을 잃고, 웹을 통한 온라인 활동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기업활동이 전개되는 거래 네트워크가 이른바 공급망관리(SCM) 체제로 변화하면서 종전 가치경영의 잣대도 새롭게 정비되고 있음을 뜻한다.

 물류산업의 e비즈니스가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여타 전통산업들의 SCM 환경에 공통된 인프라 역할을 하는데다 가장 낙후된 산업구조로 인해 산업전반의 e비즈니스 추진에 병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기반한 수직적 거래 특성을 갖는 전통산업들이 물류의 효율적 재편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국내 물류산업의 개선과 이를 위한 e비즈니스 도입은 단지 업종내의 과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물류산업의 현주소는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물류비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평균 1.5∼3배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조달물류·사내물류·판매물류 등 전체 물류프로세스를 비용 산정대상으로 집중 관리하는 곳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 지원을 위한 전산화나 공동 물류, 수송장비·팔레트 등의 표준화는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산업 안팎의 디지털화 추세와 고객들의 서비스 향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물류업종 스스로의 자기혁신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는 바로 그 대안을 e비즈니스에서 찾고 있다. 이른바 물류와 IT가 결합된 e로지스틱스가 자연스럽게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실시간 물류정보서비스나 화물추적서비스는 비록 맹아적이지만 향후 물류서비스의 발전방향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선도적인 대기업들이 IT를 기반으로 물류 e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는 고무적이다. 자사는 물론 업종 전반의 e비즈니스 성패가 물류에 달렸다고 인식한 결과다. 일부 대기업들은 IT를 기반으로 물류 e마켓을 구축해 가고 있고, 협력사나 관련 물류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을 통한 주문처리·재고조회·창고관리·공차정보제공·차량위치추적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류 e비즈니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수출입, 보관/창고, 조달/판매 등 영역별로 각각 세분화돼 있는 물류업무 프로세스를 전 과정에 걸쳐 확장 통합하는 문제다. 어느 특정 업무만 수행해서는 화주들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물류업체들이 해외 기업들과 다양한 제휴의 형태로 글로벌 서비스 체계를 갖춰 나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개혁 과제로 여전히 일부 기업들에 남아있는 거래관행의 불투명성과 국내 물류 부문의 표준화, 전문인력 부족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물류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차츰 고급화되고 산업전반에 e비즈니스가 확산되면서 조만간 물류업계에도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방향성은 크게 네가지다. 우선 기업간 제휴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거래기업간에도 물류활동에 대한 상호 연결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번째로 입출고에서 수배송에 이르기까지 물류를 수행하는 업무단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이른바 ‘가시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시성이 발전할 경우 작업변경·조정·분석·평가 등 물류의 관리통제성도 가능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결성·가시성·통제성을 구현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이동형 업무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현장성’도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도 PDA 등을 통해 배송업무를 처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제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 성패는 물류산업의 완전한 구조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물류산업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해답은 물류의 e비즈니스화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