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각설이패`는 가라

 ◆신철호 포스닥 대표 netclaus@posdaq.com

조선시대 각 지방에서는 필요한 재화를 교환하기 위한 3일장이나 5일장이 열렸다. 장이 서기 전에는 늘 각설이패들이 등장, 한판 타령을 펼치고 구걸을 했는데 이들의 장기(長技)는 사람을 몰려들게 하여 장이 쉬이 열리게 하였다. 풍부한 자금과 물품이 유통되는 시장은 먹을 것이 많아 이를 교묘하게 찾아내는 각설이패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너무 빠르게 자본의 집중이 이루어져서일까. 우리 IT 시장에도 숨겨졌던 각설이패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의 각종 게이트 주인공이 바로 그 패거리들.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린 상식이하의 몇몇 기업인들의 불법적 로비, 뇌물, 정경유착, 회유 등 상상할 수 있는 구질구질한 방법은 이미 조선시대 각설이패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하기야 50년 무너진 정신을 단 몇년에 회복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다. 정도를 걷기보다는 타락한 일부 기성 기업인이 보여준 잘못된 성공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각설이패’ 논쟁을 접어야 한다. ‘각설이패’가 아닌 시장 그 자체에 화두가 있을 때 발전적인 것이 된다. 한정된 시장만을 고려하는 경영, 단 3년도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 편협한 기업인내력. 어쩌면 이런 좁은 공간에서 과도한 경쟁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각설이패가 설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시장에서 승부하는데 최고의 기술만 가지고 가능하겠는가. 시장요구를 읽고 적절한 상품을 만들고 포장하는 마케팅과 기업경영능력 등 풀어야 할 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기업들을 보면 세계 진출방법도, 자신들의 고객이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련 해외 유수 매체에 제품을 알리는 기업이 몇이나 되는가. 시장이 흥하려면 스타가 나와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의 ‘한국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월드 브랜드가 필요하다. 단 하나의 스타기업이 해외에서 한국의 자리를 넓혀 갈 때, 이는 우리 기업들이 비상하는 활주로가 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