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양해야 할 저가 수주경쟁

기업환경이 나빠지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인 경영을 하기 십상이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기업들에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하는 일이 많다. 이것은 기업환경이 어렵다고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인 경영을 계속할 경우 그것이 경영을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분야든지 시장상황이 악화될수록 기업들은 지나치게 움츠러들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과 설비투자 확대. 신제품 개발 등의 좀더 공격적인 경영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네트워크업체들이 저마다 공격적인 경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를 넘어 기존업체들과의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고 궁극에 가서는 저가수주경쟁이란 고질적인 경쟁행태를 보일 것이라면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이다.

 만에 하나 이같은 일이 지속된다면 시장질서를 혼란시키고 제살깎아먹기식의 저가경쟁을 유발해 결국은 네트워크업체들이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최악의 가정이긴 하지만 신규시장으로 각광받을 메트로 이더넷과 광전송장비, 무선랜 사업 등이 저가공급으로 시장질서가 혼탁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올들어 네트워크분야는 시장활성화가 기대되면서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고있어 시장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 반대라고 한다. 네트워크분야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 그에 비례해 시장규모를 확대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규업체가 이 경쟁에 가세하면 저가공급 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들어 선발 메이저 다국적 네트워크장비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간 수주실적이 부진했던 후발업체와 신규업체 등이 모두 공격적 경영을 선언하며 영업활동을 강화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시장주도권 다툼이 계속되면 가격인하 경쟁으로 치닫게 되고 당초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전개될 것이란 우려다. 메트로 이더넷 시장의 경우 저가 수주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니 걱정스럽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업체가 급증한 광전송 분야와 무선랜 분야 등이 예외없이 업체간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네트워크 업체간 지나친 주도권 경쟁이 저가 수주경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해당업체들은 이런 전망이 기우에 그치도록 저가경쟁 근절에 노력해야 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저가경쟁은 근절해야 할 기업들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저가 수주경쟁은 그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건전하던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만들고 기업들의 경영난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공격적인 경영은 비록 시장상황이 어렵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품질개선, 설비투자, 전문인력 육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등을 수립하는 것이지 그야말로 저가 수주경쟁으로 해당분야의 질서를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기업이든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저가경쟁을 유도할 경우 업계가 이에 단합해 대처해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품질과 성능, 가격 등으로 시장에서 승부하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