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조달업무의 운용을 누가 맡을 것인지를 싸고 정부 부처의 진통이 심각하다.
한마디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물론 당사자인 조달청이나 기획예산처는 나름대로 할말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중앙부처나 공동단체의 조달업무를 맡아 왔던 조달청으로서는 조달 방식이 어떻게 바뀌든 간에 조달은 조달청 고유 업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조달청은 지난 97년부터 조달업무를 전자화해 왔고 나름대로 시스템도 비교적 잘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 그 업무가 전자화된다고 해서 다른 부처로 업무를 넘긴다거나 분산시킬 성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가 조달업무 포털 운용주체를 조달청이 맡는 것보다 제3의 기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기획예산처 자신이 그 업무를 맡겠다고 했으면 부처의 성격으로 볼 때 설득력이 적을 수도 있으나 제3의 기관이 그것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그 까닭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획예산처의 입장은 이번에 전자조달 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가의 조달업무를 현대화함으로써 정부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즉 조달업무를 혁신적으로 개선시킴으로써 정부 부문의 예산을 절감하고 지출을 줄이자는 의도로서 그것만 본다면 장려할 일로 보인다.
누가 조달 포털업무를 맡아야 하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그처럼 중요한 문제가 벌써 오래 전부터 불그졌는 데도 왜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느냐 하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고 있다시피 우리는 올해 말까지 정부 부처는 물론 지자체·정부투자기관 등 거의 모든 공공부문의 조달업무를 전자화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포털시스템 운용 주체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전자정부사업이 일정에 맞춰 추진될지 의문이다. 그 부작용이 벌써부터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로 예정됐던 G2B포털 시스템사업자 입찰공고도 한 달 가까이 지연된 일이 그것이다. 그러한 사업추진 차질은 앞으로 전자정부 구축업무 자체가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흐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이번 논쟁은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조달청·정보통신부·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로 구성된 G2B활성화추진단은 물론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자정부특별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것은 기존의 추진 기구가 과연 국가 중대사인 전자정부를 책임있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의심케 하고 있다.
만약 그러한 기구가 능력이 없다면 새로운 기구를 구성해서라도 조속히 분쟁을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자정부 사업은 구축 완료시기가 대통령의 임기 말과 거의 비슷해 그것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 전자조달이 제대로 실시되면 연간 3조원 가량의 정부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그러니 전자정부 추진계획이 흔들린다거나 그 시기가 지연되면 그것은 손실이 작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