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최근 부사장이 사장을 회사 개인비리로 고소한 그래픽카드업체 S사를 두고 요즘 주변에서 하는 말이다. 얼마 전 이 회사 사장이 같은 회사의 부사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으며 결국 16억원 가량의 회사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해 관계당국으로부터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동종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사 사장의 개인비리를 비난하면서도 사장을 고소한 부사장과 고소당한 사장의 관계가 어떻게 결론날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동 창업자나 마찬가지인 두 사람은 몇년간 동고동락하며 지금의 회사를 국내 최대의 그래픽카드업체로 키웠다는 것이다. 함께 근무하던 주변기기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새로운 회사를 꾸리기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몇년간의 고생끝에 그야말로 성공을 일궈냈다. 대만·중국산에 잠식당했던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국산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벤처란 이름으로 많은 상을 받았으며 급기야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시켰다.
그런 두 사람이 이제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적(?)이 됐으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한 일이 아닌가. 그 내용과 함께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그냥 ‘술자리 안주’ 정도로 가볍게 흘려버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의 휴렛패커드나 EMC처럼 공동 창업자간 역할분담과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 기업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구나 하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다. 두 사람이 창업당시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회사를 위해 계속 정진했다면 보기드문 ‘동업자간 성공사례’로 꼽힐만 했기 때문이다.
“인감을 맡기고 다닐 만큼 신뢰하는 사이였다”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 회사 부사장을 보며 한국에서는 왜 사장이라는 자리가 사람을 독단적이고 부도덕하게 만드는가 하는 의문마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