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논설실장
미래는 누가 만드는가. 바로 자신이다. 누가 그저 가져다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는 노력의 결정체다.
지금 기업들이 수익모형 창출에 여념이 없다. 어떤 모형을 만들지는 미지수다. 다만 올들어 경제가 다소 되살아나는가 했더니 최근의 노사갈등으로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 경제상황을 보는 시각도 논자에 따라 엇갈린다.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다. 누가 정답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차세대 산업군 육성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IT 분야, 그중에서도 반도체가 수출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의 수출주력 품목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반도체도 지난해는 곤욕을 치렀다. 연초 개당 4달러가 넘던 가격이 연말에 1달러대로 폭락했다. 다시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보여 한숨돌리기는 했지만 시장이란 여름 소나기 같아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 반도체만 믿다 ‘앞집 처녀 믿다가 장가 못간 총각’꼴이 될 수 있다. 한국 반도체가 세계시장을 누비며 우리 경제 성장의 주춧돌로 성장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 우리 산업을 선도할 후계군은 무엇인가. ‘권불 10년’이란 말은 권력세계만 쓰는 말이 아니다. 산업계에도 적용되는 경구다. 미래의 쌀을 내놓지 못하면 5년 아니면 10년 후 우리는 수확할 양식이 없다. 지금 우리는 세계 64개국 중에서 국가경쟁력이 22위로 싱가포르·대만 등에 비해 뒤처져 있다. 반도체와 조선·자동차 등을 제외하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게 아직은 없다.
차세대 산업으로는 IT·BT·CT·ET·NT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차세대 산업군으로 부상할 분야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1등 하기란 불가능하다. 정책은 선택이고 집중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기업들은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남의 뒤를 아무리 달려봐야 2등이다.
이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한쪽은 인력이 남아돌고 다른 한쪽은 모자란다. 인력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청년실업자도 늘어난다. 어느 분야든지 인간이 주체인데 그 주체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미래를 내다보는 독창적이고 현실적인 육성책을 내놔야 한다. 업계의 가려운 데가 어디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책의 재탕은 안된다. 어느 분야든지 집중과 선택을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백화점식의 나열정책을 추진하면 국민의 불신만 커진다. 부처간 업무중복도 해소해야 한다. 정책의 조율과 통합기능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업무혼선이나 중복으로 정책의 효율성만 떨어진다.
기업들의 개혁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스스로 새로운 미래의 수익모델 개발과 신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과실의 1차 수확자는 기업이다. 정부에 지나치게 기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이밖에 기업간 공정한 시장경쟁을 해야 한다. 어렵사리 해외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이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저가마케팅을 해서는 곤란하다. 덤핑은 나만 사는 게 아니라 동반자살행위다.
오늘은 어제의 거울이요, 내일은 오늘의 거울이다. 오늘 하기에 따라 내일 우리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대립과 갈등 대신 차기산업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노사협력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작품을 잘 만들 수 있다. hd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