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우리나라에도 디지털 위성방송 시대가 열리니 가슴 벅차기만 하다. 오디오와 비디오 채널을 합쳐 모두 150여개 채널의 위성방송 본 전파를 발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방송계의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일 첫방송을 앞두고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에 신청한 예약가입자가 40만∼50만명에 이르고 있다는데, 본 방송 시작 시점까지 위성방송 수신에 꼭 필요한 수신기(셋톱박스) 설치 가능 대수가 고작 1만대에도 못 미친다니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고 안타깝다. 1만여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150여개의 위성방송 채널이 발사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나 개시를 연기한 회사측은 적어도 5만가구의 수신기를 확보한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겨우 수천대의 수신기만을 마련해 놓고 꿈의 방송이라 할 수 있는 위성방송을 개막한다니 졸속 뉴미디어 방송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는 케이블TV 개국 당시 전송망과 컨버터 설치 지연 등으로 시청자들이 피해를 보았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되는 꼴이다.
위성방송 개막에 따라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콘텐츠 확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채널 위성방송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양질의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많이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고, 이는 위성방송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방송법상 해외 제작 프로그램을 50%까지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는데, 값싼 해외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고 많은 돈을 들여 양질의 신선한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제작해 시청자들의 안방으로 제공할지 의문시된다.
게다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가 신규프로그램 기획에서 제작까지 해낼 수 있는 제반 시설이나 기술, 인력이 극도로 취약함을 자인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자칫 해외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해 외화낭비를 초래하고 우리 문화의 정체성마저 파괴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방송의 공익성은 무시된 채 시청자를 끌기 위해 오락 프로그램이 판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위성방송 시대 개막을 문화계의 고용 창출과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산업 등 산업 전 분야와 나아가서는 정치·사회분야에까지 대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하는 바 기대가 크다.
바라건대 성공적인 디지털 위성방송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제반 방송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고 우수 콘텐츠 인력과 시설을 이른 시일내에 보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위성방송에 따른 난시청 해소와 정보화 격차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박동현 edutop@edu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