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노랑물` 드는 3세대 이통

 “영상 대화방을 통해 마음에 드는 남녀를 직접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실물이 싫으신 분들에게는 컴퓨터로 합성한 가상의 연인을 제공해 드립니다. 이도 저도 마음에 안드시면 화끈한 X등급 성인 사이트를 검색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서구인들이 즐겨 찾는 성인용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문안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조만간 현실로 닥칠 유럽의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기 때문이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유럽을 대표하는 대다수의 이동통신업체들이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각종 성인용 콘텐츠 개발에 여념이 없다고 보도했다. 선명한 영상과 스트리밍 비디오를 전송할 수 있는 3세대 이동통신의 특성상 적절한 성인 오락용 서비스 제공이야말로 시장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열쇠가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휴대폰의 성인용 서비스를 제일 먼저 발표한 업체는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허치슨3G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업체의 성인용 서비스의 내용은 극비에 부쳐져 있다. 단지 금년 후반기에 관련 서비스의 일부가 첫 선을 보일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허치슨3G와는 달리 영국의 버진모바일은 지난달 언론을 통해 새로운 성인용 서비스 개발팀의 발족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겨냥한 성인용 콘텐츠 개발을 최초로 인정한 이동통신업체가 됐다. 현재 버진 모바일은 일본의 다마고치 게임과 서구의 스트립 포커를 혼합한 일명 ‘에로틱 퍼수트’라는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 사용자에게 컴퓨터로 합성한 가상의 연인을 제공한 후 사용자가 질문에 응답한 내용에 따라 이 컴퓨터 연인의 모습이나 행동거지를 점차 변화시켜 나간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버진모바일의 스티븐 데이는 현재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성인용 서비스는 “결코 포르노가 아니며 사회에서 용인하는 범위 안의 내용을 담게 될 것이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티-모바일은 버진모바일이 구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현재 이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소위 ‘핑크 서비스’에는 스트립 퀴즈, 핀업 영상, 에로틱 스토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는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맞춰 그 질과 양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티-모바일의 관계자 역시 자신들은 포르노를 제공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포르노 서비스에 대한 거부반응은 영국의 보다폰이나 BT셀넷, 프랑스의 오렌지 등에서도 모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느낌이다. X등급 성인물을 제공하는 외부 콘텐츠 제공업체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런던에 소재한 원월드텔레콤은 스페인의 X등급 성인물 제작업체 프라이빗미디어 그룹과 휴대폰을 통한 성인용 콘텐츠 제공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의 성인용 서비스는 보다폰과 BT셀넷, 오렌지의 네트워크 모두를 통해 일반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의 플레이보이 그룹도 최근 핀란드의 와이어리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유럽의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각종 성인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플레이보이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에는 휴대폰으로 전달된 음성메일을 그달의 ‘플레이 메이트’가 읽어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 유수의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자사의 이미지를 홍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유럽의 이동통신 업체들이 성인용 콘텐츠 제공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현재와 같이 침체된 시장분위기로는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가능성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금융업계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점잖다고 알려진 유럽의 통신업계가 이제 수익을 위해서는 섹스를 팔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