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 반도체업체 `파열음`

 반도체 분야에서의 일본과 대만간 끈끈한 유대관계가 금이 가고 있다고 실리콘스트래티지스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0년대말 기술 붐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 아웃소싱과 사업 확장을 위해 대만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던 일본 기업들이 대만 기업과의 협력 관계 청산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일례로 지난주 대만의 UMC와 합작해 300㎜ 웨이퍼 생산 공장(파운드리 팹)을 설립키로 했던 히타치가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도시바가 대만 윈본드일렉트로닉스로부터의 D램 아웃소싱을 포기하고 기술 이전도 중단했었다.

 또 최근에는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에 D램 공정기술을 라이선스해주고 하청생산을 맡겼던 미쓰비시일렉트릭이 300㎜ 웨이퍼 기술 유출을 피하기 위해 파워칩과의 관계 청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간의 반도체 분야 무역 규모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대만의 신주 과학산업단지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일본에 1030억달러 어치의 반도체를 수출했다. 이 실적은 전년보다 41.3%나 줄어든 것이며 5년만의 첫 감소세다. 양측의 밀월 관계가 금이 가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데다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양측이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점차 줄고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상황이 대만보다는 일본의 기업들에 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도시바나, NEC 등은 대만과의 관계 청산으로 여러 제조공장의 문을 닫거나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반도체 수요가 회복됐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수탁생산(파운드리)에 주력해온 대만은 반대로 일본 이외에도 아시아, 미국, 유럽 등의 기존 고객사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UMC는 최근 AMD와 싱가포르에 300㎜ 웨이퍼 팹을 공동으로 건설키로 합의했으며 프로모스의 대주주인 인피니온테크놀로지도 대만의 한 D램 업체 인수를 추진중이다.

 더구나 대만 업체들은 벌써 대 일본 의존도를 줄이는 등 이전부터 대비를 해왔다. 좋은 예가 TSMC와 UMC인데 양사는 지난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3%와 10%에 머물렀다.

 프로모스테크놀로지스의 부사장보 알버트 린은 “대만은 기술, 자본, 생산 등의 모든 분야에서 부족한 것이 많았던 반면 일본은 모든 것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고 밝혔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