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팔미사노 號`어디로 가나](상)

 

 세계최대 컴퓨터업체 미국 IBM이 1일 새로운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맞았다. 73년 8월 IBM에 입사, 28년의 세월을 IBM에서 보낸 새뮤얼 팔미사노가 ‘IBM 호’의 새 선장에 취임한 것.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전임 CEO 루이스 거스너와 달리 사교적이고 활달한 팔미사노는 91년 역사를 자랑하는 IBM의 여덟번째 CEO다. 서버·PC·서비스 등 IBM의 핵심 사업 부문을 두루 섭렵한 그는 역대 어느 CEO보다 IBM 사정에 정통하다. ‘팔미사노의 IBM’이 어디로 갈지 조망해 본다.편집자

 

 상- 공격적 마케팅 구사

 지난 1월 29일 IBM 이사회는 91년 역사상 여덟번째 CEO로 팔미사노를 임명했다. 연 매출 850억달러가 넘는 세계최대 IT기업의 새 수장이 된 그는 경쟁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가 얼마나 승부를 즐기는지는 고등학교 재학시의 ‘미식축구(풋볼) 사건’이 잘 말해준다. 당시 그는 미식축구 도중 넘어져 코피가 철철 넘쳤지만 다른 선수로 교체하지 않고 솜으로 코를 막으면서까지 끝까지 경기를 치러냈다.

 세계 IT경기는 작년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PC 판매량이 십여년만에 줄었으며 IBM을 비롯한 IT기업의 최대 매출원인 기업의 IT지출 비용도 경기 침체 직격탄으로 격감세에 있다. 하지만 팔미사노가 봉착한 이러한 어려움은 거스너가 IBM의 CEO로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거스너가 CEO로 부임한 93년 IBM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의 공룡’이었다. 거스너는 이곳 저곳서 적색등이 켜진 IBM을 과감한 구조조정과 IT 서비스에 주력하는 혜안으로 건강한 공룡으로 회생시켰다. 거스너에 의해 발탁된 팔미사노는 거스너만한 역량을 발휘, IBM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우선 시장전문가들은 팔미사노가 적극적이며 마케팅에 대단한 열정이 있어, IBM의 판매 전략이 이전보다 훨씬 공세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경쟁 지향적이고 공격적 마케팅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4개월전인 99년 10월. 당시 팔미사노는 130억달러 규모의 IBM 서버 비즈니스 부문 수장을 맡았다. 이 시기 IBM의 유닉스 서버는 가격이 매우 비싸서 경쟁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휴렛패커드(HP)에 번번이 밀리며 시장점유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었다.

 IBM 판매 부사장 윌리엄 에더링턴은 “그들(경쟁업체들)이 우리를 죽이고 있었다”며 당시의 위기상황을 전하고 있다. 새로 지휘봉을 맡은 팔미사노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우선 자신이 총애하는 심복을 서버 판매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리고 나서 경쟁업체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70% 할인이라는 파격적 저가정책(고통 프로젝트:Project Pain)을 구사, 결국 IBM의 서버 시장 점유율을 상당히 끌어올렸다.

 팔미사노는 거스너와 전혀 다른 기질(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당당한 체격의 거스너가 직접 표현을 삼가며 찡그리는 표정 등으로 거부 의사를 나타내는 반면 팔미사노는 직설적으로 표현,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며 책상을 꽝 치기도 하는 등 다열적 기질이 농후하다. 하지만 다혈질 사람이 으레 그렇듯이 금방 화를 푼다.

 이러한 기질을 가진 그는 지난 2000년 사장에 취임했을 때도 ‘마케팅 파워’를 보여준 적이 있다. 판매 예상실적을 월간으로 집계하던 IBM은 팔미사노 사장의 호통과 채찍으로 주간으로 바꾸었다. 이제 IBM은 판매 실적을 매일 매일 집계하고 있다. 대신 팔미사노는 주간 단위로 판매 실적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매일 아침 업무 보고차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부하 직원들을 위해 손수 커피를 타는 소박함을 보이기도 하는 팔미사노는 볼티모어에서 자동차 수리점을 운영했던 아버지에게서 성실히 일하는 것을 보고 이를 물려받았다.<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팔미사노의 경영 스타일 

 ◇대담한 보스형=신중한 IBM의 다른 경영진과 달리 대담하게 행동한다. 그는 IBM의 개인용 PC 사업 철수를 지지했고, 리눅스 소프트웨어에 10억 달러 투자를 적극 지지했다.

 ◇미시적 판매고 선호=일주일보다 긴 시간의 예측은 믿지 않는다. 그가 IBM 사장이 되었을 때, 월간 운영회의는 주간으로 바뀌었다. 이때문에 IBM은 빨라진 시간표에 맞춰 새로운 정보 시스템을 도입해야만 했다. 90일 판매예측 보다는 그 주 안에 끝낼 사업들을 묻고, 전자우편으로 주 단위 결과 보고서를 낼 것을 요구한다.

 ◇판매 목표 높게 세워=판매 목표를 크게 세운다. PC 사업부 책임자 시절, 97년 4분기 판매 목표 달성에 애쓰던 그는 12월 26일부터 말일까지 오전 7시와 오후 9시, 하루 2번씩 회의를 소집하며 세계시장 판매 직원들을 몰아붙여 결국 목표를 이뤄내고 말았다.

 ◇고객 중심 사고=고객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경쟁사의 한 임원은 “그보다 더 고객 중심적인 사람은 없다”고 칭찬하고 있다.

 ◇회의 혐오=회의는 15분 이내로, 그것도 될 수 있으면 일이 한가해 지는 초저녁 시간에 하려고 한다. 그가 아웃소싱을 책임지고 있을 때, 당시 CEO 거스너는 그를 한 태스크팀에 넣었다. 하지만 샘(팔미사노 애칭)은 “고객과 상담해야 한다”며 거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화력이 좋다=거스너가 다소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편인 반면, 팔미사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IBM이 4분기에 메인프레임과 스토리지 장비들을 2주 일찍 출하했을 때, 그는 뉴욕 푸킵시 공장을 방문해 공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커피를 사고 악수를 하며 격려, “한 분기를 절약한 당신들은 영웅들”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