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호주에서 열린 F1 자동차 경주경기가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시즌중 530만명이나 되는 자동차경주 마니아들의 열광과 환호성 때문만은 아니다.
F1 자동차 경주야말로 모든 정보기술(IT)의 총 결집체기 때문이다. F1 경주는 0.0001초를 다투는 경주용 자동차들의 레이스다. 직선코스로만 최고 시속 361.8㎞ 가량의 초스피드고 평균속도만도 시속 215.3㎞다. 초정밀도의 기술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경기라는 얘기다. 따라서 처음 설계단계부터 생산·제조·연구개발·테스트트랙·시뮬레이션에 이르는 모든 정보(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도요타의 스포츠자동차 자회사인 TMG의 경우 F1용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무려 500만권의 책과 맞먹는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550명의 TMG 직원이 500권의 책과 맞먹는 정보량을 활용해 F1 자동차를 단 몇시간만에 디자인하고 제작해내는 것이다.
현대를 비롯한 대우·삼성르노·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설계·제조·시물레이션 등에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IT기업 역시 이들 기업에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등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스포츠마케팅’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스토리지 전문업체인 EMC의 경우 스포츠마케팅에 관한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EMC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F1 경기에 출전하는 TMG의 공식 후원업체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DBRMS·DW·ERP·CRM·PDM 등은 물론 서버와 PC 업체들을 제치고 대표적인 IT기업으로 시선을 모았다. 물론 이 모든 결과가 활발한 마케팅 덕택이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찌보면 과잉 제스처라는 지적을 받을 만도 하지만 기업측은 기회(?)를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국내 기업들로서도 ‘스포츠마케팅’ 방법론과 관련, 참고할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멜버른=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