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팔미사노 號`어디로 가나](중)

 팔미사노는 IBM에서만 28년간 근무한 ‘IBM통’이다. 이에 따라 그는 91년 역사의 IBM이 팔미사노를 포함, 8명의 CEO를 가졌지만 그중 IBM 사정에 가장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그는 전임 CEO들과 ‘색깔’도 다르다. 역대 CEO들이 주로 안전 운행에 치중했다면 팔미사노는 관습에 과감히 도전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타입이다.

 그의 혜안과 과단성을 나타주는 일화 하나. 93년 당시 IBM 경영진들은 신생사업인 IT 서비스 분야에 주력해야 할지 불안해 하며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이때 팔미사노는 IT서비스가 장차 IBM의 수익과 매출에 효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작년 IBM의 세전 수익에서 절반을 바로 서비스 부문이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고유 운용체계를 고집해온 IBM이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에 10억달러라는 거금을 작년에 쏟아부은 것도 팔미사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아직 IBM의 리눅스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기 이르지만 최근 이 회사는 대형 기업체들에 잇달아 리눅스 기반의 전산시스템을 공급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팔미사노의 대담성에 대해 올해말까지 회장직에 남아 있을 전임 CEO 거스너는 “내가 걸어 본 길은 물론 걸어 보지 않은 길도 그가 가보길 원한다”는 말로 팔미사노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월가의 금융전문가(애널리스트)들은 거스너만큼 팔미사노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팔미사노가 차기 CEO에 내정됐다는 발표가 있은 직후 IBM의 주가는 실제로 5%(5달러 15센트)나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팔미사노가 사업 운영면에서는 누구보다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기적 전략면에서 거스너만큼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스티브 밀러노비치는 “팔미사노가 IBM을 이끄는 데 있어 거스너만큼의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며 우려했다.

 업계는 팔미사노가 IBM의 세 골칫덩어리인 PC·디스크드라이브·반도체 사업을 어떻게 회생시킬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애물단지가 된 IBM의 PC 및 프린터 사업은 지난해 1억53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또 스토리지와 칩 사업도 3억7400만달러의 ‘출혈’을 기록했다. 시장전문가들은 IBM이 PC사업에서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인터넷 판매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IBM의 PC 중 50%만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팔미사노 자신도 “우리가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 판매에 박차를 가할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그는 “디스크 분야의 비용절감을 위해 원자재를 인터넷으로 구매,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며 원자재 구매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