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멋대로 붙이는 외산SW 가격

 일부 외국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제품의 판매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외국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는 시장에서 국산 제품과 경쟁이 치열할 때는 가격을 크게 내려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를 적극 유도하다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면 외국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자사 제품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면 고가정책을 펴는 것은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이긴 하다. 그것이 비록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함과 동시에 수익극대화의 한 수단일 수 있다.

 이런 사례는 그동안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기업들이 자주 사용했던 마케팅 전략이다. 가령 국내 업체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특정 제품을 어렵사리 개발해 시장에 내놓으면 그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는 저가정책으로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뒤늦게 시장에 진출한 후발업체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결국 문을 닫고 마는 것이다. 후발 경쟁업체가 시장진입에 실패하면 선발업체는 내렸던 가격을 대폭 올려 수입을 올리는 방법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의 국산화가 차질을 빚은 경우가 없지 않다.

 일부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바로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산 제품과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은 자기 나라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휠싼 싸게 팔고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제품은 비싸게 판다고 한다.  

 현재 국산 제품보다 비싸게 파는 외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윈도XP홈과 윈도XP프로 등인데 엑셀2002의 가격은 한국에서의 가격과 무려 45%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반면 국내 제품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프런트페이지2002와 워드2002의 경우는 자기 나라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팔고 있다.

 포토숍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은 비싸고 국내 제품과 경쟁인 매크로미디어의 플래시의 국내 판매가는 싸다. 우리가 이런 일부 외국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대응하려면 기본적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해마다 급성장을 보여 올해는 수출액이 1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익률이 40%에 달하는 고수익 상품으로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데도 큰몫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소프트웨어 산업이 경쟁력 저하로 국내시장에서조차 일부 외국업체들이 자격을 제멋대로 책정한다면 우리 산업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고부가산업으로 날로 그 중요성이 높아가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우선 외산 제품을 능가하는 우수한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자면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이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음은 복잡한 소프트웨어 유통구조를 지금보다 단순화시켜 가격을 지금보다 더 내리도록 해야 한다.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면 국산 제품의 시장확대는 어렵다. 

 이밖에 신제품에 대한 불법복제 근절로 국산 제품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둘 때 국내시장에서 일부 외국 체들이 제멋대로 가격을 결정하는 사례는 근절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