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미국의 슈퍼컴퓨터 관련 기술 금수 명단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독자개발 노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의 고등컴퓨팅개발센터(C-DAC)는 오는 4월부터 시작하는 정부의 10차 5개년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그리드 방식의 슈퍼컴인 ‘정보 그리드(I-Grid)’의 독자 개발을 추진한다.
인도가 슈퍼컴 독자 개발을 고집하는 것은 미국이 이해 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또 다시 기술 금수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C-DAC의 전무인 R K 아로라는 “슈퍼컴퓨터는 중요한 전략적인 자원”이라며 “언제 또 다시 기술 금수 조치가 취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도움 없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슈퍼컴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이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도는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기술 금수 조치에 시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C-DAC를 통해 4개 버전의 ‘파람(Param)’ 시리즈를 독자 개발해 미국, 일본, 이스라엘, 중국과 함께 슈퍼컴퓨터 생산 국가군에 당당히 들어갔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파람 시리즈는 초당 100G플롭스의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세계적 수준의 슈퍼컴퓨터로 인정받고 있다.
인도가 개발에 나선 I-그리드는 초당 처리속도가 1000G플롭스에 달하는 미국의 세계 최고속 슈퍼컴의 성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I-그리드는 고압전력망과 유사한 방식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정교하게 클러스터링시켜 만들어진다. 퓬시 서부에 위치한 C-DAC는 I-그리드의 클러스터링에 인도기술연구소(ITT), 인도과학연구소, 기타 대학연구소 등 7개 연구소의 컴퓨터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아로라는 “I-그리드의 개념은 냅스터의 P2P 파일교환시스템과 유사하지만 이보다는 규모가 훨씬 방대하며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C-DAC는 I-그리드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생명정보공학 분야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정보공학은 인간의 게놈 지도 제작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해독하는 데 컴퓨터를 활용하는 공학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