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을 투자해도 될 곳에 무려 100억원을 투자하다니….”
최근 한 기업으로부터 IT 투자에 대한 투자회수율(ROI) 산출을 의뢰받은 한 컨설턴트의 푸념이다.
컨설팅을 의뢰한 이 기업은 최근 e비즈니스 신규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차렸다. 자회사 시스템 정비 구축에만 들어간 비용은 어림잡아 100억원대. 문제는 자회사의 연간 매출액이 당분간 많아야 5억∼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단순 계산상으로만 투자비를 뽑는데 수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황당한 일들이 꾸준히 회자돼 왔다. e마켓 설립 초기에 일부 업체가 무턱대고 값비싼 솔루션을 도입해 기업의 경영악화까지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도 심심찮게 들렸으며, 일부 오프라인 기업이 ‘e비즈니스 바람’에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얘기도 같은 경우다. 이번 일이 특별하지 않게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부터 일부 전통기업들이 ROI 모델을 정립하고 올바로 IT에 투자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공급업체나 컨설팅업체들도 이와 관련해 체계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추세다. ROI에 대한 논의는 이미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이를 제대로 프로젝트에 적용한 기업이 많지 않았음을 되새겨볼 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효율적인 IT투자가 봇물처럼 모든 산업분야로 퍼져나가 바야흐로 디지털경제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제대로 갖출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IT투자에 대한 ROI를 산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단없는 추진력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효율적인 IT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초기 목적을 방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산출된 수치에 얽매여 IT투자 자체를 무조건 가로막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