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B2B e세일

 ◆박경원 밸류비 대표 k1park@valueb.com

인터넷은 단순히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업과 기업 그리고 기업과 개인이 물건을 팔고사는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동시에 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팔고자 하는 욕구와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호 작용을 통해 전자상거래(EC)의 규모는 현재보다 미래에 보다 큰 잠재력을 가지고 증가될 것이다. 세계 유수의 컨설팅사들은 B2B가 B2C 시장의 8배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 특히 기존의 유통경로를 갖추고 있는 기업에 있어서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라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얼마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기존 오프라인과의 갈등으로 판매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기업은 제품의 품질이 안정적이고 시장점유율이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 유통망의 재구축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게 된다. 왜냐하면 오프라인 유통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며 복잡한 유통구조는 구매자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e세일)는 유통마진을 제거하고 독자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조기업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모델이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기업으로는 미국의 ‘델’ 컴퓨터를 꼽을 수 있다. 델은 독보적인 인터넷 판매 정책으로 단번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이다.

 인터넷의 성장으로 유통 경로가 짧아지고 이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중간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가설은 80년대 말부터 학계에서 대두됐다. 이를 ‘탈중간상화’라고 한다.

 즉, 인터넷을 통한 유통경로가 구성됨에 따라 기존의 제조업체들이 전방에 있는 업체를 우회해 구매자와 직접 거래를 함으로써 전방에 있는 업체가 유통경로에서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설과 현실사이에는 언제나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고 비즈니스의 구조는 늘 예측하지 못한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탈중간상화 가설은 인터넷이 중간상이 담당했던 모든 부가가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만 성립될 수 있다. 실제는 중간상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 변경을 통해 존속하며, 제조업체는 적극적인 인터넷 활용기업과 소극적인 기업의 경쟁력 차이를 야기시켜 기존의 시장 패러다임이 본질적으로 변화하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조업체가 e마켓을 통해 e세일을 전개하는 것은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e비즈니스 방법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별도의 투자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독자적인 e세일 구축을 위해서는 소프웨어 개발 및 하드웨어 투자에 수십억 원이 소요되고 많은 운영인력이 필요하다. e마켓을 통하면 이러한 투자 리스크 없이 e세일을 전개할 수 있다.

 또한 e마켓은 기존의 오프라인을 유지한 상태에서 점차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로 진입할 수 있어 기존 대리점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e마켓을 활용할 경우 자사의 판매전략에 부응할 수 있는 적절한 B2B 운영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작년부터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많은 B2B e마켓이 그야말로 이름뿐인 기업도 다수 있고 사업목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의 B2B 온라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을 경쟁기업보다 먼저 선점하여 매출을 확대하고 이익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인터넷 시대의 경영자가 당면한 새로운 경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