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바이킹 경영학

 ◆박상진 삼성SDS 콘텐츠비즈니스사업부장

 경제 위기와 벤처거품에 신음했던 우리경제를 돌아보면 스웨덴 출신 경제전문가 올레 해드크비스트의 저서 ‘바이킹 경영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기 1000년, 발트해 주변의 바이킹 민족은 늘 주변부였고 발달한 문명 민족들이 보기에는 야만족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본거지를 둔 바이킹들이 1000년이 지난 오늘날 ‘전자 바이킹’으로 부활해 유럽 전역의 인터넷·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몇몇 기업들, 특히 볼보자동차·ABB·노키아 등의 이름을 듣는 순간 “아, 이들이었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혹독한 자연 조건과 자원 부족, 협동 인력의 부족 등 여러 제약을 극복하고 그린란드, 아이슬란드를 발견한 것은 물론 해적으로, 때론 상인으로 온 바다를 누비던 바이킹의 후예답게 그들은 지금 세계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현대 한국 기업사는 바로 도전의 역사다. 바이킹의 가르침은 야만의 승리를 말하고 있다. 야만은 불확실한 시대에 미래를 생각하는 창조적인 정신이다. 이제 ‘최대’보다는 ‘최고’를 지향하는 한국기업들의 감춰져 있는 야만성(야성) 회복을 위해 이 책은 위험을 피하지 않고 세계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벌이는 ‘바이킹 정신’의 스칸디나비아 기업들에 한수 배울 것을 권한다.

 스웨덴의 기업문화는 한마디로 바이킹의 전통을 이어받은 벤처문화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벤처문화는 100여년 이상에 걸친 이 나라의 기업사에서 그 저력이 이미 검증된 것이다. 토지가 척박해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 불가능했던 스웨덴인들은 물자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찌감치 사나운 바다로 나서게 되면서부터 스웨덴 특유의 벤처문화를 수립했다. IT혁명 시대에 세계 경제계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의 경영 기법은 미국에서도 이단시될 만큼 혁신적인 경영으로 평가받는데 그 시스코의 벤처 경영이 스웨덴계 기업들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13세기에 쓰여진 ‘바이킹의 비즈니스 가이드’는 다른 문화에 잘 적응하고 공정한 거래를 지향하는 긍지높은 바이킹 상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바다를 항해할 때는 대담하고 힘차게 나가야 하지만 일단 뭍에 올라 도시로 들어가서는 예의 바르고 점잖게 행동해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야한다’에서부터 시작해 외국에서 명심해야 할 예절과 예법, 인맥 만드는 방법, 정보 수집법, 자기 계발의 마음가짐, 상품관리에서 유의할 점, 리스크 분산 투자법 등 ‘진짜상인’이 되기 위한 33개 사항이 제시돼 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경영자들이 성공한 비결을 찾아보면 전문화된 기술을 우선시하는 자세, 다른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 공정한 상거래, 자주독립 정신, 관료주의를 배제하고 속도를 중시하는 슬림화된 조직 만들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 정신, 리스크헤지전략 등 7가지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바이킹 상인의 지혜와 참으로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이라도 결코 감추지 않고, 먼저 그것을 공개한 뒤에 상대방과 당당하게 교섭하고 거래하는 모습은 바로 오늘날 스칸디나비아계 경영자의 특징적인 행동 규범이 돼 있다.

 ‘현대판 바이킹’이라 불리는 그 경영자들의 또 다른 특성은 바이킹시대부터 배양되어온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는 자주독립 정신에 기초한 강렬한 개인주의다. 이것이 세계의 틈새시장을 지배하는 독창적인 기술과 제품을 낳는 원동력이며, 의사 결정이 빠르고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슬림화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밑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기업에서 보기 쉬운 비대한 피라미드형 조직과 전례나 관습에 연연하는 관리운영, 책임을 회피하는 보신술 따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몇 차례 홍역을 치른 우리 벤처기업들도 바이킹 경영모델을 경영환경에 투영해 다시 한번 도약하는 밑거름으로 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