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열망이 부풀어 오르는 봄이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봄은 언제나 그랬듯이 희망의 언어를 전해주고 있다. 올 봄도 예외는 아니다.
풋풋한 봄향기와 함께 들려오는 경제회복의 조짐들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것 같다.
최근 통계청과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연이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은 우리 경제계가 봄맞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전경련이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3월 BSI는 141.9로 BSI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75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국 1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공회의소의 2분기 체감경기 전망 조사결과도 예외는 아니다. BSI가 100을 넘으면 전달보다 경기가 좋아지리라고 낙관하는 기업이 나빠진다고 비관하는 기업보다 많음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산업생산이 15개월 만에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생산·출하·소비 등 대부분의 실물경제지표가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으며 수출경기도 회복세다. D램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국제시세가 올라가고 있고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소화하는 미국의 경기 흐름이 상승세를 타면서 수출도 2분기(4∼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발표한 1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은 작년 10월 마이너스 1.4%(전년 동월 대비)에서 11월 5.0%로 증가세로 돌아선 뒤 12월 3.3%에 이어 3개월째 상스세를 보였으며 출하는 작년 1월보다 13.6%나 늘어나는 등 2000년 9월(15.3%)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가 7.3% 증가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달의 71.8%에서 76.4%로 높아졌으며 재고율은 반도체·자동차 등의 재고가 줄면서 지난달 79.4%에서 72.2%로 떨어졌다.
물론 이번 조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의문이다. 설 연휴가 1월에 있었던 작년에 비해 조업일수가 2∼3일 늘어나는 등 15개월 만에 10.2%의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생산에 허수(虛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경기회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지금 같은 추세가 2∼3개월 더 이어져야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산업생산 증가율이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민간소비에 이어 실물경제가 경기회복세를 견인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평균가동률이 200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76.4%를 기록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또 소비와 투자의 견조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재고율이 지난 2000년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청신호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산업생산이 활발하고 재고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지는 등 우리 경제가 회복의 초입단계에 들어서면서 경제연구소 등에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소비 증가세는 견조한 반면 수출은 안되고 있지만 하반기 수출 반등에 대한 확신이 커져 기업들도 투자를 늘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4.5% 정도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변수는 많다. 일본경제의 3월 위기설, 엔저현상, 미국의 대테러전쟁 확산 가능성, 국내 부실기업의 처리문제 등이 그것이다. 특히 미국경제의 회복과 맞물려있는 수출의 반등이 관건이라고 본다. 우리 경제가 이러한 걸림돌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