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사노는 이제 거스너에 이어 IBM의 성장 엔진을 재가동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이의 해법에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사실 IBM이 세계최대 IT업체라는 명성을 얻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경쟁업체인 오라클과 MS에 비해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연 매출이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IBM의 소프트웨어 부문은 오라클과 MS가 각각 20%·30%의 고공비행을 자랑할 때 겨우 3% 성장에 그쳤었다. 이 때문에 한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세계 제일이었던 IBM은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에 그 영광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시장전문가들은 팔미사노가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옛날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더 힘을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웹상에서 제대로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고객의 불평이 있는 협업 소프트웨어 ‘로터스 노츠’문제도 손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팔미사노의 과제에 대해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지속적 성장 달성 △PC·스토리지·반도체 활성화 △서비스 사업 재도약 △메인프레임 판매 확대 △소프트웨어 사업 부축 등 6가지를 우선 지적했는데 사실 지난 2년간 IBM의 성장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2000년의 경우 매출 증가율이 1%에 불과했으며 판매량은 오히려 3% 감소했다. 비록 이 실적은 그래도 다른 IT업체들보다 나은 것이지만 IBM이 목표로 하고 있는 10% 가까운 매출 증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식통들은 “IBM은 항상 1, 2개씩 문제를 일으키는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현재는 PC·스토리지·반도체가 그 대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IBM은 최근 고비용 구조의 PC사업에서 흑자를 내기 위해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이 카드가 약효가 없을 때는 PC사업 정리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팔미사노 자신도 수년전 “IBM이 PC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지만 최근 애널리스트와의 만남에서는 “PC사업 포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비용절감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도 팔미사노의 과제 중 하나다. IBM의 비용은 2000년 4분기에 전체 매출의 22.5%로 잠시 떨어진 적이 있는데 이내 다시 23.9%로 높아졌다. IBM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양의 원자재와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고 있지만 정작 IBM의 제품과 서비스는 겨우 25%만이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팔미사노의 IBM은 강점을 보이고 있는 IT서비스시장에서 보다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중소기업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IBM의 서비스 조직인 ‘글로벌 서비스’는 이 회사의 총 매출 중 40%선인 연 350억달러를 올리는 세계최대의 IT 서비스 조직이다. 하지만 IBM도 예외없이 세계 경기침체 유탄을 맞아 최근 분기 서비스 매출이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고민이 있다. 다행히 세계경기 회복 신호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만일 세계경기 침체가 작년처럼 지속된다면 15만명에 달하는 대식구를 가진 IBM의 서비스 조직은 어느 업체보다도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팔미사노가 팔을 걷고 밀어붙인 리눅스 부문에서 이제 성과를 내야 하는 것도 순전히 그의 몫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