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인터넷 단말기 시장

 포스트PC시대의 한축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됐던 인터넷 단말기(어플라이언스) 시장이 아직 썰렁하다. 지난해 게이트웨이/AOL의 커넥티드 터치패드, 스리콤의 오드리 등 여러가지 새로운 제품들이 잇따라 선보였지만 아직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여 대부분의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기기 분야의 선두주자격인 아이오프너(I-opener)는 매출부진으로 인해 모기업인 넷플라이언스(Netpliance)가 내년부터 기기 직판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주 월드리포트는 정보기술(IT) 및 e비즈니스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가인포메이션그룹(http://www.gigaweb.com)’이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산업이 부진을 겪는 이유를 분석한 최신 보고서를 소개한다.

 

 올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IA : Internet Appliance)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 PC시대가 종언을 고하리라는 업계의 예측은 부분적으로 옳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IA가 곧 PC를 대체하리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PC 대체품 시장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기존 1세대 인터넷 어플라이언스에 대한 수요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2001년에 제2세대 제품을 준비했던 한두개의 소규모 IA 공급자(벤더)가 올해 사업을 포기하고 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본격적으로 출시될 IA는 성공하면 2세대 IA가 되고 실패하면 마지막 세대의 IA가 될 것이다.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2세대 IA는 유연하고, 사용하기 쉽고, 웹 브라우징과 e메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풍부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다.

 IA의 정의에 대해서도 그동안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기기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모뎀이 장착된 냉장고와 같은 가전기기까지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본 연구는 이들 제품 가운데 최근 매장의 계산대 등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카운터톱(countertop) IA’ 시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 PC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최근 PC 절대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이 예견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과연 무엇이 PC를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2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IA가 PC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사람들은 IA가 PC에서는 보지 못했던 품위와 편리성으로 소비자의 가정에 전무후무한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람들은 2002년이 되면 IA가 PC 판매량을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가격 결정,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확한 공식이 필요하다.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선전도 이런 성급한 초기 예상의 확산에 한몫 했고, 또 만족스러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벤더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기가인포메이션그룹은 IA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 때문에 앞으로 2년 동안은 PC 판매량을 초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아직은 초기시장=작년은 컴팩·게이트웨이·인텔·스리콤·넷플라이언스와 같은 벤더들이 제공했던 카운터톱 IA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한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웹TV와 다른 셋톱박스는 본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기기들의 판매량은 어차피 수백만대 수준이다. 스리콤의 오드리(Audrey)나 MSN의 컴패니언(Companion)은 모두 합해봐야 100만대도 판매되지 않았다.

 ◇높은 생산비용=IA의 높은 생산비용은 두가지 면에서 제품 확산에 마이너스 영향을 주었다. 첫째, 디스플레이 비용 때문에 예상했던 생산비용이 더 높아짐에 따라 일부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아예 시장에 내놓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큐빗(Qubit)은 1998년 세빗(CeBIT) 무역박람회에서 웹패드 형태의 기기를 전시했었지만, 아직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업체들은 자금유치에 실패했으며, 따라서 2000년에는 더 적은 수의 업체들이 더 적은 수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인텔같은 상당한 규모의 벤더들밖에는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은 창조적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와는 거리가 있다. 둘째, IA는 높은 부품원가 때문에 500달러 이상의 가격대로 시장에 나오게 됐다. 보급형PC의 경우, IA보다 더 저렴한 500달러면 충분하다. 사용상의 편리함만을 강조하는 IA 대신 가격도 별 차이가 없으면서 유연성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가용성을 겸비한 PC를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제품의 다양성 부족=기존 PC업체들은 다양한 고객수준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제품을 제조할 능력이 없다. 비용 때문에 제1세대 IA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세대는 성공하려면 여러 계층으로 분할되어야 할 것이다.

 IA 벤더들은 소니·도시바와 같은 소비가전업체가 TV와 VCR를 판매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양한 가격대로 제2세대 IA를 구현해야 한다. 개인휴대단말기(PDA) 시장에서 팜(Palm)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은 서로 다른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IA 벤더들이 이 충고를 무시한다면, 제2세대 IA가 그들의 마지막 제품이 될 것이다. 모델이 웹 브라우징과 e메일 송수신 기능만을 가진 저급 제품부터 이런 기본 기능 외에 저장장치 및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고급 제품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면 서비스 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IA 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매출을 가져다줄 것이다.

 ◇매력적인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의 부재=1세대 IA는 평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기기로 탈바꿈시키고, 한발 더 나아가 IA를 팔리는 모델로 부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서비스가 부족했다. 미국에서 오드리의 판매대상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오드리는 주택의 부엌 조리대(counter)에 놓을 수 있는 IA로 광고되고 있다.

 오드리는 가족들이 근처의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긴 하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이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려 할 경우, 조리법을 다운로드해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 1세대 IA의 대표주자인 오드리조차 응응 프로그램(에플리케이션)의 부족으로, 대대적인 광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병따개보다 약간 더 나은 제품’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효과적인 마케팅 부족=IA 벤더들은 제품을 효과적으로 마케팅, 판매하는 방법을 두고 계속 고심하고 있다. 현재의 마케팅 계획은 IA를 PC 옆에 쌓아두고 단순히 제품에 대한 설명과 가격을 붙이고 IA가 팔리기만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최근 본 연구팀이 IA를 판매하는 6개의 소매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진열된 IA 제품들은 대부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판매직원도 IA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어떤 소매점에서는 IA가 아직 포장지속에 있어, 구매자들이 제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2세대 IA가 살아남으려면, 업체들은 이 제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고 판매직원들의 교육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대에 못미치는 기능=실제로 구현된 IA의 기능도 소비자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도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장 저렴한 박막트랜지스터(TFT) 평판 스크린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렴한 TFT는 크기가 작고, 색상은 흐릿할 뿐만 아니라, 밝은 빛 아래에서는 탈색되어 버린다. 또 키보드는 너무 작아 정확히 누를 수도 없었다. 마우스도 대개 없었으며, 있어도 키보드에 섬스틱(thumb stick)으로 내장되어 있다. 스리콤의 오드리는 터치스크린을 제공해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일부 IA 기종은 브로드밴드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췄지만, 그 기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기기 또한 그다지 유연하지 못했다. 오드리는 지정 ISP 외에도 사용자들이 원하는 ISP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기가인포메이션그룹이 지역(로컬) ISP에 접속을 시도한 결과 접속이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정은 MSN의 컴패니언, 게이트웨이/AOL의 커넥티드 터치패드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됐다.

 어떤 IA 사용자들은 다이얼업 서비스 사용 비용이 너무 높아서 제품 구입을 망설이기도 했다. 이들은 IA가 PC 성능보다 못하기 때문에 다이얼업 요금이 더 낮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유연성이 부족한 것도 제2세대 IA 제품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만약 벤더들이 위와 같은 문제들을 제2세대 제품을 개발할 때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3세대 IA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고 다른 기기들(이동 및 고정 기기)이 기존 IA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IA 벤더들이 매력적인 IA를 2002년 1분기까지 시장에 내놓을 확률을 반반(50%)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벤더들이 올해 크게 고전하지는 않는다. 앞에서 거론한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하는 벤더들은 2003년까지 전세계 IA 초기시장을 선점하고 오는 2004년부터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