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日 온라인게임 `무주공산` 아니다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일본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성급한 진출에 따른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레 일고 있다.

 한국에서 공전에 히트한 CCR의 ‘포트리스’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지난해 일본 온라인시장에 진출한 이후 나코인터랙티브, 그라비티, 이소프트넷 등 한국의 후발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일본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거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온라인게임만큼은 한국이 한수 위라는 자신감과 일본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미국 등 다른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런 진출 붐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일본이 올해내 ADSL을 포함한 광대역 가입회선 900만 시대에 돌입, 온라인게임 인프라가 갖춰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지 관계자들은 일본시장이 매력적이기는 하나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에 온라인 게임 시장은 있는가=일본은 미국·유럽과 함께 3대 게임시장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 1, 2를 포함해 일본 내에서만 2808만대(올해 1월말 기준)가 팔렸을 정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내 온라인게임 사용자는 대략 30만명 전후일 것으로 추정한다.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세가 드림캐스트용 네트워크게임인 ‘판타시스타온라인’의 경우 월 400엔의 이용료를 받고 있는데 15만∼16만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일본 온라인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EA의 ‘울티마온라인’의 경우 월 9.9달러(카드결제시)로 서비스하며 실제 사용자수가 5만명 전후, 동시접속자수가 1만2000∼1만30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게임시장 규모에 비해 아직까지는 온라인게임 시장은 소규모 틈새시장에 불과한 것이다.

 반다이GV게임벤처의 시마다 히로시 마케팅 프로듀서는 “현재 일본에 온라인게임 시장은 없다”며 “이제부터 새 시장을 개척해 내는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성장 가능성은=온라인 게임의 인프라인 광대역 인터넷의 경우 망사업자들은 올해말 가입회선 900만, 내년말 1300만회선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디지털가입자선은 178만회선으로 지난달보다 26만회선이 증가하는 데 그쳐, 당초 예상 30만∼40만회선에 훨씬 못 미쳤다.

 또한 한국 온라인게임의 기반이 된 PC방과 유사한 인터넷카페가 늘어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5, 6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화카페를 포함해도 인터넷접속 서비스 업체는 일본 전역에 2000군데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PC를 통해 게임을 즐긴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 온라인게임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여러 게임사들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어 시장 규모가 올해말 90만명, 내년말까지 240만명선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게임업체와의 경쟁=일본이 온라인분야에서 취약하다고는 하지만 게임 콘텐츠분야에선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더구나 최근들어 일본 게임업체들도 온라인게임에 눈을 돌리고 있어 일본의 온라인게임 시장이 무주공산은 아니다.

 캐릭터 머천다이징으로 유명한 반다이는 지난해 12월부터 네트워크게임인 ‘건담’의 베타서비스를 개시하고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해내 최소 1개 작품을 추가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파이널팬터지 시리즈로 유명한 스쿼어도 PS2게임기용 네트워크게임인 ‘파이널팬터지온라인’을 개발, 이르면 5월께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닉스도 ‘크로스게이트’ ‘딥스판타지아’ 등 2개 작품을 내놓고 4000∼5000명선의 사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업체 외에도 지난 99년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EA의 ‘울티마온라인’은 여전히 이 분야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선봉에 선 ‘포트리스’와 ‘리니지’=현재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는 ‘포트리스’의 경우 13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포트리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반다이GV게임벤처는 6∼7월 이용자 30만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서비스 개시 이후 반년동안 TV·잡지 광고를 중심으로 2500만엔 정도를 마케팅 비용으로 투자, 이용자 확대에 고심하고 있다. 여름께 300∼500엔선에서 유료화할 예정이다.

 시마다 프로듀서는 “1200엔에 상당하는 포트리스 가이드북 판매가 1만부를 돌파하는 등 인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여성 이용자 비율도 지난해 5%에서 10%로 늘어나는 등 여성층 공략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와 엔씨소프트가 각각 60%, 40%의 지분(자본금 2억5000만엔)으로 설립한 엔씨재팬의 경우 ‘리니지’ 마케팅을 위해 반년동안 무료CD 70만장을 배포하고 잡지 광고 등에 약 8000만엔을 투자, 유료화 개시 직전인 2월 11일까지 회원 15만명을 유치했다. 월 1400엔으로 유료화한 후 2만8000명의 유료 결제 회원을 확보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