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집 18채가 모여있는 햇볕이 뜨거운 이 마을에는 가로등이나 경찰서 심지어 우편번호도 없다.
이곳 주민은 멕시코 전화회사 텔멕스에 마을 공용전화 1대라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3년은 걸릴 것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그러던 중 한 휴대폰 판매원이 이 마을에 들렀다. 그는 80년대 카폰과 군용 무전기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벽걸이형 통신기기를 가정용 이동통신 전화기로 판매해 이곳 오지 사람들도 집에서 전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휴대폰의 통화료는 30분 통화에 멕시코인 평균 일당의 3분의 1 이상인 4 달러 50센트로 비싸지만 1만7900피트의 높은 활화산의 그림자에 가린 이 오지 마을에서는 이 방법 말고는 달리 외부와 통신할 길이 없다.
이 마을에 사는 가정 주부 제라시아 올리베라스는 집 앞마당에서 닭 한마리를 안은 채 “이 마을은 전에 완전 고립됐지만 이젠 부엌에서 미국에 전화를 걸 수 있다”고 흐뭇해했다.
이처럼 오지 등의 지역에 유선전화를 설치해보아야 남는 게 거의 없는 남미에서는 휴대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피라미드리서치사에 따르면 남미 휴대폰 이용자는 8340만명에 달해 무선통신 이용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기존 유선전화 이용자를 앞질렀다.
피라미드의 가브리엘라 바에즈 분석가는 “멕시코에서는 12개 통신회선으로 100명밖에 통화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비율은 대부분의 남미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국에서 이동통신 이용률이 35% 증가, 유선전화 이용 증가율 9%를 크게 앞질렀다. 지금은 멕시코 인구의 20% 정도인 1900만명이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다.
멕시코 도시지역에서는 휴대폰을 1대 이상 보유하는 게 선망의 사치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반면, 지방 주민에게 이동통신은 유일무이한 불가피한 통신수단이다.
멕시코시티의 도심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 옥수수 재배마을의 주민들은 전화선이 자신의 마을까지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마을은 식당들이 튀긴 사슴고기나 토끼고기 말고는 별로 내놓을 메뉴가 없을 정도로 미개발된 상태다.
유선전화를 신청한 지 8개월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100달러짜리 모토로라 플립형 휴대폰을 선뜻 구매한 목수 호스 에소테로는 “전화로 말하고 싶으면 반드시 휴대폰을 사야 한다”며 “통화는 깨끗하지만 집에 있는 아내와 애들하고 통화할 수 있도록 집에도 전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피라미드는 멕시코 휴대폰 가입자 중 90%가 구형 휴대폰이나 벽걸이형 휴대폰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선불전화카드를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피라미드의 바에즈 분석가는 “전화를 걸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화료를 내지 않고 받을 수는 있다”며 “멕시코의 3대 이동통신회사들의 경쟁으로 완전 기본형 휴대폰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멕시코시티에서 남쪽으로 40마일 떨어진 이 곳 오지 마을의 자칭 판사인 구스타보 야즈박은 자기집 부엌에 걸린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카드를 계속 구입해야 한다는 데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다.
그는 “선불카드는 두 통화밖에 하지 못하는 바가지 요금”이라며 “옛날에는 전화가 사치품이었는데 이젠 절대 필수품이 돼버려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