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컬러TV방영에 얽힌 이야기

 ◆홍성원 시스코코리아 회장 suhong@cisco.com

80년대 금성·삼성·대한전선 등 가전사들의 상황을 보면 컬러TV는 양산단계이고 VTR과 전자레인지는 시험생산단계에 있었다. 그리고 컬러TV의 방영은 국민 계층간에 위화감과 사치풍조를 조성한다는 비경제적 논리에 의해 방영이 금지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시장의 주력상품은 흑백TV뿐인데 그 수요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가전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국 가전업계는 컬러TV를 생산해놓고도 정부의 규제 때문에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이 때 가전사 중 대한전선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대우에 팔려 대우전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전자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조치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조속한 컬러TV의 방영과 시판 허용이었다. 이 때 이미 모든 방송사들은 컬러TV 방송시설을 완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회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약간의 부처간 정책조정 후에 80년 11월 방영을 실시했는데, 그 성과는 가히 폭발적인 것으로 이와 같은 간단한 조치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성장·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전자산업의 청사진인 ‘전자산업 육성방안’을 만들어냈는데, 그 정책의 큰 줄거리는 전체 전자산업의 80%를 차지하는 종전의 가전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전, 산업용 기기(컴퓨터, 전자교환기 등)와 전자부품(반도체 등)의 비중을 각각 30%대로 균등하게 확충할 것과 특히 컴퓨터·전자교환기·반도체는 중요 전략품목으로 선정했다. 이 방안은 3개월 동안 관계부처 실무자 및 장관들의 협의조정을 거쳐 최종안으로 만들어졌고 81년 7월 마침내 ‘전자산업 육성정책’으로 확정, 시행된다. 그 후 이 정책은 83년 10월 아웅산사건으로 김재익 박사가 서거하고 사공일 박사가 경제수석을 맡은 이후, 88년까지 전자·정보통신산업 발전정책의 골간으로 계속 유지됐다.

 이에 따라 가전·반도체·컴퓨터·전자교환기 분야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전자·정보통신산업은 당초 방향에 따라 꾸준히 성장·발전해 86년에는 당초의 목표를 훨씬 초과달성한 대망의 100억달러 수출을 이룩, 국내외적으로 명실공히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하는 새로운 주력산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