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KT 통신망연구소 NGN연구팀장
지금까지 공중 네트워크(public network)를 진화 발전시켜 온 구동력은 무엇일까. 이것은 국가, 시대, 서비스 및 기술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나타낼 것이다. 네트워크를 변화시키는 구동력을 제대로 파악하면, 우리의 공중 네트워크를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차세대 네트워크(NGN:Next Generation Vetwork)로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방대한 규모의 공중 네트워크는 사설 네트워크(private network)에 비해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확산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방대한 재원이 요구된다. 공중 네트워크의 단계적인 진화(evolution)의 모습은 기술적인 한계라기보다는 투자비 규모의 방대함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차세대 네트워크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이다.
공중 네트워크의 진화·발전 양상은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구동력에 따라 제조업체 주도(vender-driven), 통신사업자 주도(operator-driven), 고객 및 시장 주도(customer & market-driven)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 주도의 진화 발전에서 고려사항은 수익성이므로 네트워크의 발전을 통해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수입을 확보할 수 있거나 혁기적인 운용비용의 감소를 가져와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네트워크의 변화가 이뤄지게 된다. 이에 비해 고객 및 시장 주도의 네트워크 진화 발전은 고객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거나 기존 서비스의 품질이 대폭적으로 개선되는 등의 편리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므로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이용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네트워크 변화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인터넷 환경에 의해서 통신사업 및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전까지는 제조업체들이 네트워크 진화 발전의 단서를 제공하고, 통신사업자들이 실제로 네트워크상에서 상용화하면, 고객들이 활용해 가속도를 붙임으로써 네트워크의 진화 발전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통신시장에 경쟁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고객들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의 도움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고객 및 시장 주도’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네트워크 발전계획 수립시 비즈니스 모델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이유도 네트워크 발전의 구동력이 고객 및 시장 주도로 되어야 큰 힘으로 작용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네트워크 기술의 진화 발전은 단순한 구조의 백본 네트워크에서 시작되어 투자규모가 방대하고 기능이 복잡해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어려운 액세스 네트워크 쪽으로 진행되어 왔다.
공중 네트워크의 발전이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백본 네트워크 분야에서 먼저 이뤄지는 경우에는 네트워크의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액세스 네트워크 부분은 고객들이 그 시설을 직접 이용하게 되므로, 통신사업자의 수입으로 회수되는 기간이 짧고, 또 그 수익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진화 발전을 가속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국내에서 아주 짧은 기간 안에 수백만회선 규모로 확장된 ADSL 사업은 좋은 예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에서 활성화된 인터넷이라는 촉진제가 있었지만, 통상적인 백본 네트워크의 변화속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백본 네트워크에서 시작되는 네트워크의 진화 발전 단계를 액세스 네트워크로 신속하게 접목시키고, 제조업체 및 통신사업자 주도에서 고객 및 시장 주도로 변화시켜야 네트워크 발전이 가속화되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국내 네트워크 상황 및 통신사업 환경 등을 고려해 공중 네트워크를 진화 발전시킬 수 있는 구동력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화 발전을 추진한다면, 세계적인 정보강국이 되는 데 필수적인 차세대 네트워크를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