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터넷과 정치

 ◆<고은미 IT리서치부장 emko@etnews.co.kr>

정치의 계절이다. 지방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 공간에도 정치의 장이 열리고 있다. 정치권의 사이버 선거운동이 활발하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들로부터 e메일 연하장을 받았고 틈틈이 홍보성 메일도 받고 있다. 유명포털사이트에는 이미 대선후보 출마예상자별로 인터넷 카페가 개설돼 있고 특정후보의 팬클럽 사이트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미디어선거운동’에 이어 ‘인터넷선거운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당시에도 각 당은 사이버선거대책본부를 구성했고 네티즌 대변인을 선임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홍보전에 매달렸다. 99년 80여개였던 국회의원 홈페이지는 이제 200여개를 넘었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사이버 공간을 정치공간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의원들은 자신의 홈에서 멋진 동영상으로 의정활동을 소개하고 사이버 보좌관을 두고 있다. 아바타를 내세운 지지자들과의 만남, 온라인 자문단을 구성해 정책결정에 적극 활용하는 인터넷 후원회도 빼놓을 수 없는 선거조직이다. 네티즌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터넷 투표 등 사이버 정치가 실현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영국도 투표율이 낮은 40대 미만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시험적으로 인터넷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미국의 경우도 98년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된 제시벤추라가 인터넷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이용해 자원봉사자와 기부금을 모으고 지지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해가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선거 전략을 유효적절하게 세워 예상치 못한 승리를 얻었다. 그가 유명인이 아니었는데도 정치에 참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덕분이었다.

 앞으로 온라인으로 치르는 인터넷투표가 법제화, 일반화되면 집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 투표사이트에 들어가 선거관리위원회가 나눠준 개인인증번호로 본인여부를 확인한 뒤 투표하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진단도 있다. 인터넷투표는 높은 투표율과 빠른 집계율을 기록할 것이며 정치 비용을 줄이고 정치의 선진화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인터넷상의 흑색선전, 비방은 현실 정치보다 더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고 법률적인 측면에서도 직접·비밀투표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해킹이나, 대리투표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선거결과에 대한 조작 가능성 때문에 인터넷 투표가 불신의 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사회 모든 곳의 변화를 몰고 오는데 정치권만 예외일 수는 없다. 정치권은 인터넷을 이용해 정치비용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인터넷 정치의 도입은 비록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

 인터넷은 젊은 매체다. 정치에 냉소적인 젊은 20∼30대 유권자의 대부분이 네티즌임을 감안할 때 정치인들의 온라인 활동은 바람직하다. 정치인들은 인터넷이 열어 준 공간에서 젊은 유권자들과 일대일로 만날 수 있고 유권자들은 그들의 뜻과 희망을 인터넷에 실어 정치권에 전달할 수 있다. 인터넷은 현실정치에 무관심한 층을 끌어들일 수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정치인들은 인터넷 덕에 쏟아지는 민의를 직접 들을 수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나 어느곳에서나 유권자와 실시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유권자들의 커뮤니티 관리가 가능한 것도 그곳이고, 사이버 간담회도 할 수 있다.

인터넷이 현실정치의 개혁과 선거혁명에 일조할 수 있도록 정치인과 유권자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민주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