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각국에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관한 한 아직 이 지역의 시장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유럽은 동유럽의 초고속 인터넷 접속인구가 향후 몇 년간 전체 인구의 2%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시장조사기업 피라미드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스칸디나비아의 텔레2(Tele2)나 네덜란드의 유나이티드 팬-유럽커뮤니케이션스(UPC) 그리고 프랑스의 비방디 같은 기업들의 영업전망 또한 밝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피라미드리서치의 수석 연구원 스베틀라나 이사예바는 “현재 동유럽의 인터넷 시장이 서유럽에 비해 최소 3년 이상 뒤져 있다”고 평가하고, 이 지역의 낮은 생활수준을 감안할 때 “월 30-40달러에 달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동유럽 각국의 “인터넷 시장규모가 이미 최소 5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은 매우 큰 편”이라고 주장했다. 폴란드·헝가리·체코처럼 EU 회원국 가입을 목전에 두고 국가들의 인터넷 시장발전을 특히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폴란드나 체코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터넷 이용은 전화접속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나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도 가정이 아닌 도서관이나 직장, 또는 학교의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근거로 피라미드리서치는 현재 동유럽 인구의 채 1%도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동유럽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전망이 밝지 못한 데에는 생활수준의 문제도 있지만 이 지역 통신회사들의 시장전략 또한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피라미드리서치는 보고 있다. 현재 동유럽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폴란드의 TPSA나 체크의 체스키텔레콤(Cesky Relecom) 같은 대형 통신업체들이 제공하는 ADSL 서비스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 통신업체들은 수익이 불확실한 ADSL 회선을 늘리기보다는 전화접속서비스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인터넷 수입원을 확보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외부업체에 전화회선을 대여하는 것에도 소극적이어서 그나마 중소업체들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동유럽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서유럽에서는 개별 통신업체들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 심지어는 EU마저 전면에 나서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거의 총력전을 펴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실정임을 감안할 때 초고속 인터넷을 둘러싼 동유럽과 서유럽의 차이는 당분간 좁혀지기보다는 벌어질 가능성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