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프리서브-AOL 감정싸움 법정에 선다

 서로가 영국 최대의 ISP라고 주장하며 감정싸움을 벌여온 영국 프리서브(Freeserve)와 미국 AOL 사이의 갈등이 급기야 영국 정부를 포함한 법정소송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최근 프리서브는 AOL이 영국에서 부가가치세 면제혜택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용인한 영국 조세당국을 대상으로 그 시정을 요구하는 법정소송을 제기했다. 선데이타임스 등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프리서브는 AOL이 부가세 면제혜택을 이용해 매년 4000만파운드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가격경쟁의 무기로 활용함으로써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OL의 부가세 면제문제는 지난 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정부는 EU지역 이외에 소재한 인터넷 업체를 일괄적으로 콘텐츠 제공업체로 분류했고, 이에 따라 AOL이 영국 통신업체에 부가되는 17.5%의 부가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물론 프리서브 등 영국 ISP들은 이러한 부가세 면제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간 프리서브는 이러한 AOL의 부가세 면제혜택을 ‘조세상의 난센스’라고 주장하며 그 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서부터 뉴스나 다른 콘텐츠 제공에 이르기까지 AOL과 영국의 ISP들은 완전히 동일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더욱이 최근 프리서브와 AOL사이에 영국내 최대의 ISP 자리를 놓고 실제 가입자수 부풀리기 등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이러한 부가세 논쟁은 정부에 대한 항의성 비난으로 변질됐다. 프리서브가 영국 정부를 상대로 AOL의 부가세 면제혜택을 철폐하지 않을 경우 자사도 EU 이외의 지역으로 그 근거지를 이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프리서브는 영국 정부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 과정에서 프리서브의 법정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올즈왕이라는 영국의 법률회사가 갑자기 그 역할을 포기한다고 발표하면서 프리서브와 AOL, 그리고 영국 정부의 감정은 극도로 악화됐다. 프리서브가 이번 사임 건을 AOL의 부당한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AOL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 영국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프리서브는 올즈왕이 그간 AOL타임워너의 영국내 변론을 주로 맡아 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회사의 사임은 AOL의 압력 때문이라고 단정짓고 있다. 또한 프리서브의 고문변호사 데이비드 멜빌은 “우리는 이러한 압력에 저항할 힘이 없는데도 왜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만 있는가”고 반문하며 영국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영국 정부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AOL의 반응은 매우 분명하다. 이번 소송은 영국 정부와 프리서브 사이의 일로 자신들은 관계가 없으며, 이에 따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난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다.

 이처럼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 프리서브, AOL, 영국 정부의 관계가 이번 소송으로 시원하게 해결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