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에 대한 유럽인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네덜란드에서 출시된 반사회적인 내용의 축구 훌리건 비디오 게임이 유럽 각지로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훌리건들, 유럽 강타(Hooligans:Storm Over Europe)’라는 제목의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충성스런 훌리건들을 규합해 유럽 각국의 축구 경기장을 순회하며 상대편 훌리건 집단을 폭력으로 제압, 결국에는 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훌리건 집단으로 키워낸다는 내용이다.
이 게임의 홍보전단에는 “충성스런 훌리건 집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원들을 술과 마약 그리고 폭력으로 길들여야 하며, 이들의 한결 같은 폭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전술뿐만 아니라 단단한 정신무장과 능수능란한 대원관리 능력 또한 요구된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반사회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지난 1월 시판 직후부터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컴퓨터 게임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초기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주부터 이 게임은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게임시장에 본격 배급되기 시작했다. 전 유럽의 게임시장에 훌리건 열풍이 불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축구 경기장 안팎의 훌리건 난동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럽 각국의 축구협회로서는 이러한 게임의 등장이 결코 반가울리 없다. 특히 유럽에서도 가장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훌리건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진 영국의 경우 이 게임에 대한 거부감은 예상외로 크다.
실제로 영국 축구협회 대변인은 최근 가디언지를 통해 월드컵을 눈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젊은이들의 축구장 난동을 부추기는 이런 비디오 게임의 유통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며 이의 즉각적인 판매중지를 요구했다. 공영방송 BBC와 민영 ITV 또한 이 게임의 문제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나섰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런던의 HMV 같은 게임 판매상들은 이 게임의 판매를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C 게이머 같은 게임잡지 역시 이 게임에 대한 일체의 평가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게임을 개발한 네덜란드의 닥세이버(Darxabre)는 이런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제이슨 가버 사장은 “훌리건 게임이야말로 정교한 전략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차원 높은 게임”이라고 주장하면서 “만일 이 게임의 폭력성이 문제가 된다면 수백만이 사망한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만든 게임들은 왜 허용된단 말인가”고 반문하고 있다. 유럽 레저소프트웨어출판협회 또한 게임은 그냥 게임으로 해석돼야 한다며, 이에 대해 지나친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비록 유럽 게임시장에서는 축구 훌리건 열풍이 불어 닥친다 해도 2002 한일 월드컵만은 이런 훌리건들의 난동에서 벗어난 평화로운 대회로 치러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