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NN, 이사회 구성 개편 무산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아프리카 가나에서 열린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정례회의가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에 대해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한 채 14일 폐막됐다.

 이사회 개편을 놓고 회의 참가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빈튼 서프 ICANN 회장이 “향후에 더 논의해보자”는 말과 함께 회의 폐막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린 것.

 이번 회의의 핵심 이슈는 ‘누가 인터넷 도메인 네임 시스템 정책을 결정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것. 이는 e메일 전송과 웹사이트 검색 등 인터넷의 기초를 구성하는 중요한 내용이어서 세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런 만큼 참가자들도 열띤 공방을 벌였다.

 ICANN의 스튜어트 린 최고경영자(CEO)가 제출한 이 안건은 이번 정례회의 전부터 세계 네티즌들의 입도마에 올랐다.

 린은 “순수 민간단체가 전세계적인 수준의 자원을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효율성을 위해 ICANN 이사회를 해체하는 대신 신탁위원회를 신설해 각국 정부들의 ICANN 참여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정부의 통제하에 두자는 것으로 인터넷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린의 말대로라면 ICANN에서 각국 정부, 특히 미국 등 강대국의 입김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었다.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린은 한발 물러섰다. 그는 ICANN에 인터넷 공중대표를 참여시키는 위원회나 포럼형태의 모임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원안을 수정했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이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멤버들은 결국 이달 31일까지 이사회 개편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ICANN 전체회의도 이사회에서 나온 제안들을 보아가며 오는 6월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열릴 다음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하는 수준에서 막을 내렸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