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업무 출장의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포토숍과 아크로뱃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시스템스는 호텔 초고속 인터넷 접속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 엔지니어들은 최근 출장을 떠날 때면 초고속 인터넷이 되는 호텔방 예약을 자사 출장관리부에 요청하곤 한다.
이 회사 재니스 콜리 출장관리부 직원은 “주로 엔지니어들이 이 같은 요청을 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 올들어서는 어도비 제휴호텔 객실 예약시 호텔에서의 인터넷 접속이 기존 전화모뎀 접속인지 초고속 인터넷 접속인지까지 사전에 확인하고 있다”며 “어도비 출장 안내서의 제휴호텔 명단에도 초고속 인터넷 접속 가능 여부를 표시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대부분 호텔이 아직도 전화모뎀을 쓰고 있으나 이들은 앞으로 1 ∼ 2년 내에 초고속 인터넷 전용회선인 T1급 통신으로 업그레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도비의 마이크 새비지 투자자 관계 담당이사는 자신은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출장때면 반드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호텔을 고른다. 그는 최근 뉴욕 출장에서 호텔방에 설치된 초고속 인터넷과 가상사설망(VPN)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회사 서버에 접속했었다.
새비지 이사는 “기업들이 애용하는 비즈니스급 호텔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여러가지를 갖추어야 하지만 그 중 하나가 객실내 초고속 인터넷시설을 구비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모든 호텔 객실에 초고속 인터넷 시설을 갖추는 일은 경기가 좋지않은 요즘 대부분의 호텔들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런 일이다. 첨단기술의 중심지라는 실리콘 밸리에서도 객실의 초고속 인터넷화는 더딘 형편이다.
지난해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새너제이 소재 비즈니스급 호텔 40곳 중 10곳만이 객실내 초고속 접속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곳 중 7곳은 공항 인근에 자리잡고 있고 서머필드스위츠와 크라운플라자 등 나머지 2곳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일부 비즈니스급 호텔들은 초고속 인터넷 접속을 앞으로 수주나 수개월 안에 서비스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컨설팅회사인 액센처에 따르면 호텔 객실 하나에 초고속 인터넷 시설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400달러다. 한 호텔의 객실수가 보통 300실 정도니까 전체 객실에 초고속 인터넷 시설을 설치하려면 12만달러가 드는 셈이다.
12만달러는 얼핏 보면 많지 않지만 호텔 산업도 현재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런 금액이다.
액센처의 줄리언 스팍스 여행서비스 조사 파트너는 “앞으로 3년 뒤면 호텔의 광대역 인터넷 접속여부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며 “지금은 주로 엔지니어들이 초고속 접속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거의 모든 기업, 모든 출장직원들이 호텔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팍스 파트너는 “이미 도처에서 이같은 징후가 보인다”며 “지금은 광대역 서비스가 호텔 입장에서 대부분 과도한 부담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광대역이 일단 설치되고 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호델들이 서비스 요금을 결정하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출장 직원들의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는 세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가 공항에서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출장 직원들은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무선으로 e메일과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 익숙해져 가고 있어 자연스럽게 호텔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
둘째, 그래픽이 많은 첨부 파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상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음성 파일, 동영상 클립 등을 주고받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셋째, 가상사설망(VPN)의 부상이다. VPN의 기본개념은 집이나 거리에서도 마치 사무실에서 일하듯 회사 파일을 검색하고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점이다. VPN은 아직 초보단계 기술이지만 일부 첨단기술업체의 출장직원들은 호텔에서의 VPN 사용을 바라고 있다. VPN은 속도가 느린 전화연결로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기존 전화모뎀으로 접속한다는 것은 펜티엄 이전 PC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