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콘텐츠산업의 새 과제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bmsuh@kocco.or.co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맘에 드는 물품이 눈에 띄면 터치스크린으로 주문 메뉴를 작동시킨다. 휴대전화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고 사진을 찍으며, 스포츠 중계도 시청한다. 집을 떠나서도 휴대전화만 있으면 집안의 모습을 확인하고 가스와 전기시설을 관리한다.’

 5년쯤 전에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모르긴 해도 공상과학을 소재로 한 미래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기업들이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허풍광고의 한 장면 정도로밖에는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사람과 정보, 정보와 기계를 이어주는 ‘초고속 네트워크’가 구축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제 아무도 그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지난 98년 우리나라에 초고속인터넷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 여기에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됨으로써 예전에 꿈꿔 왔던 상상은 점점 현실로 바뀌고 있다. 특히 전국을 연결하는 초고속정보통신망과 우리나라 국민의 초고속인터넷 이용률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21세기 우리민족의 디지털 미래는 매우 밝다.

 그러나 정보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이러한 눈부신 발전은 완성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정보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충분히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과 방송이 통합된 형태인 위성방송과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만족시킬 만한 콘텐츠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고,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게다가 세계 유수의 콘텐츠와 당당하게 겨루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양질의 콘텐츠가 풍부하게 생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영화·게임·만화·교육·음악 등과 같이 ‘품질’이 관건인 문화콘텐츠다. 이런 고품질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창작능력이 신장돼야 하고, 창의적인 인력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 함께 콘텐츠 유료화에 대비한 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콘텐츠 유료화가 궁극적으로 창작기반 조성과 제작 및 유통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끝으로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의 인식과 태도가 성숙해야 한다. 불법 무단복제와 다운로드를 지양하고 각종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태도가 정착돼야 한다. 콘텐츠 창작자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화콘텐츠시장의 장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품질 문화콘텐츠의 유통 실패가 곧바로 유해콘텐츠의 범람으로 이어질 수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자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 및 홍보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산업 강국으로 성장할지 아니면 다른 나라 문화상품의 전시장으로 전락할지는 오로지 우리 스스로의 문화콘텐츠 생산 능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