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빗전시회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던 ‘보안기술’이 올 해는 주요 전시품목으로 떠올랐다.
주최측은 처음으로 ‘IT보안 및 카드기술(IT Security & Card Technology)’이라는 주제로 7500㎡나 되는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했으며 전시에 참여한 업체만도 300여개에 이른다.
업체들은 △보안도구 및 서비스 △암호화 소프트웨어 △바이러스차단시스템 △생체인식시스템 △출입통제 △카드애플리케이션 및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보안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세빗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암호화와 전자서명(Encryption and Digital Signatures)’이다. 인터넷 상의 각종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e-government) 구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자필서명과 전자서명의 위상을 동일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전자서명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업체들은 공개키 구조 기반의 암호화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100월드AG와 쿠리반트인터넷GmbH는 하노버 시장이 직접 참가한 가운데 디지털 시청(town hall) 솔루션을 시연하기도 했다.
독일정부 관계자는 “2005년까지 가능한 모든 정부서비스를 온라인화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우리나라 못지않게 독일에서도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국제적인 테러사태의 여파로 생체인식 시스템 분야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났다.
프랑크푸르트공항은 현재 생체인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식별시스템을 테스트중이며 독일 내무부 장관인 오토 실리는 개인신분증에 생체인식기능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업체들 역시 IT강국의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문인식 분야에는 니트젠과 휴노테크놀로지, 씨크롭이 지문인식 도어록과 마우스 등 응용제품을 출품해 눈길을 끌었고 세넥스테크놀로지는 홍채인식 기술을 이용한 출입제어 솔루션과 카드 솔루션을 선보였다. 국내 생체인식 업체들은 독일과 영국에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한 여권조회시스템이 구축되는 등 유럽시장에 생체인식시스템이 확산되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나타난 보안기술에 대한 관심증가는 업체들의 기술개발 의욕에도 자극을 줌으로써 그동안 미완으로 남아있던 보안기술이 실생활과 접목되는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빗 관계자는 “지난해 전세계를 경악시켰던 9·11 테러는 보안에 대한 관심도를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다”며 “아이러브유나 코드레드 같은 강력한 바이러스의 등장과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빈번한 발생은 보안을 일반인들의 문제로까지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